“국방비 늘린 대가가 202만 톤 탄소 청구서”…산업 부문 감축 목표 60%를 군비가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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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를 위해 쓴 돈이 기후를 망가뜨리고 있다. 한국이 국방비를 늘리는 사이, 그 대가로 대기 중에 쌓인 온실가스가 산업계의 탄소 감축 노력 절반 이상을 무효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환경단체 녹색연합은 ‘세계 군축 행동의 날’인 2026년 4월 27일, 2023년부터 2026년까지 한국의 국방비 증가에 따른 추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202만t(이산화탄소 환산량)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상 2023~2026년 산업 부문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350만t)의 60%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번 수치는 국방 정책과 기후 정책 사이의 긴장을 정량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8조8천억 증액의 탄소 청구서

한국의 국방 예산은 2023년 57조143억원에서 2024년 59조4천244억원, 2025년 61조2천469억원, 2026년 65조8천642억원으로 4년 연속 증가했다. 이 기간 증가분은 총 8조8천499억원이다.

2023년 이후 국방비 증가로 추가 배출 온실가스 202만t" | 연합뉴스
2023년 이후 국방비 증가로 추가 배출 온실가스 202만t” | 연합뉴스 / 연합뉴스

녹색연합은 ‘세계 책임을 위한 과학자들(SGR)’이 기존 11개 연구를 분석해 도출한 방법론을 적용했다. SGR에 따르면 군비 지출이 1천억달러 늘어날 때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3천200만t 증가한다. 환율 1달러당 1,400원을 기준으로 이 공식을 한국 국방예산 증가분에 적용하면, 202만3천t이라는 수치가 산출된다.

전 지구적 군비 경쟁, 탄소도 폭증

문제는 한국만이 아니다. 세계 군비 지출액은 2022년 이후 매년 2~9%씩 증가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전년 대비 2.9% 늘어난 2조8천870억달러를 기록했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세계 군비 증가분은 6천470억달러로, 연평균 2천157억달러의 지출 증가에 따른 추가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약 6천901만t에 달한다. 이는 이스라엘이나 포르투갈 같은 나라가 1년간 배출하는 양에 맞먹는 수치다.

한국 역시 ‘국방중기계획(2025~2029)’을 통해 2029년 국방비를 84조7천73억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공식화한 상태다. 증액 기조가 계속된다면 온실가스 추가 배출량도 누적될 수밖에 없다.

국방 vs 기후, 예산 4배 격차의 함의

녹색연합은 2023~2025년 한국의 국방 예산 합계(177조7천억원)가 같은 기간 기후위기 대응 예산(40조7천억원)의 4배를 넘는다고 지적했다. 전 지구적으로도 2025년 세계 군비 지출액은 기후위기 대응에 필요한 재원 추산치(약 2조4천억달러)를 이미 초과했다.

결국 이번 논쟁은 ‘국방이냐 기후냐’의 단순 대립이 아니라, 안보 위협과 기후 위기라는 두 가지 생존 문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정책 설계의 한계를 드러낸다. 202만t이라는 숫자는 그 모순의 가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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