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직만 찾는 기업들, 신입 설 자리 없다
“취업준비도 사치”… 비경제활동 청년 급증

“취업은 이제 사치 같아요.”
29살 청년 A 씨는 “탈락 문자만 몇 번을 받았는지 이제는 세는 것도 의미 없다”며 최근엔 아예 이력서 작성도 멈췄다고 말했다.
학점도 나쁘지 않았고, 자격증도 몇 개 땄지만 돌아오는 건 탈락 문자뿐이었다.
A 씨는 “정규직 공고는 거의 없고, 인턴이나 계약직도 경력자를 우선 뽑는 분위기”라며 “요즘엔 이력서 쓰는 것도 지쳤다”고 말했다.
이처럼 구직을 포기한 청년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쉬었음’으로 분류된 15~29세 청년은 50만 4천 명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처음으로 50만 명을 넘었다.
고용시장 위축 속 청년만 ‘무경력’ 벽에 막혀

2024년 1분기 20대 후반(25~29세) 취업자 수는 242만 명으로, 1년 전보다 9만 8천 명 줄었다. 이는 2013년 3분기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코로나19 당시보다 더 많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잃었으며, 이 연령대의 취업자 수는 9개 분기 연속으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업률도 상승세다. 올해 1분기 20대 후반 실업자 수는 1만 3천 명 늘었고, 실업률은 전년 대비 0.6%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더 눈에 띄는 변화는 ‘일도 하지 않고, 구직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 인구 증가다.
같은 기간 이 연령대 비경제활동 인구는 1만 6천 명 늘었고, 특히 ‘쉬었음’ 인구는 1만 8천 명 증가했다. 4개 분기 연속 증가세다.

이처럼 청년들이 노동 시장에서 이탈하는 배경에는 구조적인 문제들이 자리잡고 있다.
제조업, 건설업 등 전통적 취업처에서의 일자리 감소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11만 2천 명 줄었고, 건설업은 18만 5천 명 급감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기업들이 신입보다 경력직을 선호하는 채용 방식도 큰 장벽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인구 구조와 기업의 채용 방식 변화가 맞물리며, 청년들이 취업시장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쉬고 있는 청년’ 다시 일으킬 수 있을까

청년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정부와 지자체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는 AI 면접 체험, 역량 검사, 자기소개서 코칭 등 비대면 맞춤형 취업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
면접 정장을 무료로 대여하는 ‘취업날개’ 서비스는 올해 지점을 12곳으로 늘렸고, ‘서울형 청년인턴 직무캠프’ 참여 기업도 대폭 확대했다.
지난해 이 캠프를 통해 민간기업에서 근무한 청년 중 절반 이상이 실제 취업에 성공했다는 성과도 나왔다.
하지만 현장의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 인턴 채용 경쟁조차 치열해졌고,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인턴을 위한 스펙 쌓기’가 일상이 됐다.

한 대학생은 “인턴도 경험 없으면 못 간다. 스펙 없는 사람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산업 구조 변화에 맞춘 교육 개편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용진 서강대 교수는 “대학과 기업 간의 연결이 약하고, 교육은 여전히 과거 방식에 머물러 있다”며 “직무 중심 교육을 강화하고, 기업문화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 고용 위기는 단기적인 경기 문제를 넘어 구조적인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고용 시장에서 멀어진 청년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보다 현실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돌ㄷㄱㄹ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