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경제 살린다더니 “뒤통수 맞았다”… 550만 명 서민들, 벼랑 끝에서 ‘한숨’

‘쪼개기 알바’가 만든 일터의 그림자
최저임금 인상 앞두고 들끓는 민심
서민
사진 = 연합뉴스

“이 정도면 자영업자한테 일하라는 게 아니라 버티라는 말이죠.”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모 씨는 점포 경영을 시작한 지 10년이 됐지만, 최근 들어 이렇게까지 사람 구하기 어려웠던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가 택한 방법은 ‘쪼개기 계약’으로, 무려 아르바이트생을 돌려 쓴다고 토로했다.

그의 아들 역시 ‘쪼개기 계약’ 탓에 하루 두 탕, 세 탕씩 아르바이트 중이다. 아버지와 아들 모두 살기 위해 뛰고 있지만, 둘 다 제자리걸음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자영업자와 청년들의 고통이 다시 논쟁의 중심에 섰다.

쪼개진 일자리, 사라지는 정규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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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위원회에 2026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하면서 논의 절차가 시작됐다. 법적으로 위원회는 90일 이내, 즉 6월 28일까지 인상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인건비 부담을 호소하는 자영업자와, 물가 상승에 맞춘 실질 임금 보장을 요구하는 노동계가 정면으로 부딪칠 전망이다.

편의점 점주인 박씨는 “요즘 점주들 사이에서 쪼개기 계약 안 하면 멍청하다는 소리 듣는다”며, “주휴수당도 안 주고, 퇴직금도 책임질 필요 없는 단기 계약이 아니면 감당이 안 된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초단기 근로자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한 청년 알바생은 “카페, 편의점, 서빙, 택배 포장까지 닥치는 대로 일한다”며 “오늘만 버티고, 내일은 다시 앱 켜서 또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1만 원 시대, 그 뒤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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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저임금은 사상 처음 1만 30원을 넘어섰지만, 인상률은 1.7%로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었다.

노동계는 여전히 실질 임금 상승에는 부족하다며 추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자영업계는 버티기 힘들다며 동결 혹은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전국편의점가맹협회는 “이미 일본 평균 최저임금을 웃도는 수준”이라며 “4대 보험, 주휴수당까지 포함하면 실제 인건비는 1만 3000원에 달한다”고 반발했다.

한 치킨점 점주는 “인건비, 배달 수수료, 전기세까지 다 올라 부담이 엄청나다”며 “최저임금이 또 오르면 가게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고 호소했다.

자영업자 수 자체도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자영업자는 550만명으로, 2023년 1월 이후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경기가 회복되기는커녕, 점포 하나를 유지하는 것조차 벅찬 현실이다.

제도 개편 논의, 그러나 시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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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해 ‘최저임금 제도개선 연구회’를 출범시키며 제도 개편에 나섰지만, 올해도 결국 기존 방식대로 심의가 진행된다.

사용자 측은 업종별 차등 적용을 주장하며, 음식점업과 편의점, 택시 등 일부 업종에는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확대 적용 논의도 재점화되고 있다. 택배·배달 기사처럼 고용 형태가 유동적인 이들에 대한 보호는 필요하지만, 실현 가능성을 두고는 이견이 크다.

청년유니온 김설 위원장은 “노동자 입장에서는 하루짜리 일자리만 전전하는 현실이 너무 가혹하다”며 “이런 구조가 되풀이되면 미래도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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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법정 시한을 지킨 것은 지난 37년 동안 고작 9차례에 불과하다.

심지어 올해는 정치적 변수까지 겹친 탓에, 이번에도 시간에 쫓긴 ‘졸속 심의’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은 원래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제도로 설계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노사 간 입장차가 커지면서, 제도의 실효성이나 적용 방식에 대한 논의가 반복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사용자 측은 인건비 부담을, 노동자 측은 생계비 압박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양측 모두 현실적인 어려움에 직면한 만큼, 단순한 인상 여부를 넘어 지속 가능한 해법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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