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2위 업체 모두 “못 하겠다” … 초유의 사태에 ‘발칵’, 대체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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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값은 ‘뚝’, 공장은 ‘스탑’
불황 탈출구 안 보인다
줄줄이 셧다운, 철강업계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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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국내 철근업계가 초유의 위기를 맞았다. 53년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던 동국제강의 인천공장이 오는 7월 22일부터 가동을 중단한다.

불과 한 달 전, 1위 업체 현대제철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철근 가격이 생산 원가도 넘지 못하는 비상 상황 속에서 국내 양대 철근 업체가 모두 셧다운을 택했다.

철근값, 원가에도 못 미치는 ‘손해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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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강은 오는 7월 22일부터 8월 15일까지 인천공장 철근 생산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연간 220만 톤의 생산능력을 가진 이곳은 동국제강 전체 매출의 40%를 책임지는 핵심 시설이다.

이 공장이 멈추는 건 1972년 문을 연 이후 처음 있는 일로, 이로 인해 철근 공급량은 한 달간 약 20만 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현재 철근 가격은 톤당 73만 원으로, 손익분기점인 75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3년 전 같은 시기의 118만 원과 비교하면 무려 38% 하락한 수준이다.

고철값과 산업용 전기료 상승까지 생각하면 ‘팔수록 적자’라는 말이 괜한 넋두리가 아니다. 특히 5월은 통상 건설 수요가 몰리는 성수기라는 점에서 현재의 가격은 더욱 비정상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건설 한파에 무너진 철강 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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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뿌리는 건설 경기 부진이다. 올해 1분기 종합건설업 신규 등록 건수가 200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폐업 공고는 14년 만에 최다를 찍었다.

3월 기준 건설업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18만 명 이상 줄었으며 아파트, 빌딩 건설 수요가 주춤하면서 철근 재고는 계속 쌓여가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철근 수요는 673만 톤으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15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외환위기 시절보다도 낮은 수치다.

중국산 저가 공세, 전기료 인상까지 겹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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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산 철근의 저가 공세는 국내 시장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 내 건설 경기 침체로 철근 소비가 줄자 남은 물량을 싼값에 수출하고 있다. 이 물량들이 국내에 들어오며 철근 시세 하락을 부추긴 셈이다.

여기에 산업용 전기요금 폭등도 부담을 키웠다. 2021년 ㎾h당 105.5원이던 전기료는 지난해 185.5원까지 치솟았다. 생산비는 계속 오르는데 철근 가격은 반토막이니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8월까지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여전히 수급 불균형이 이어질 경우 셧다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1·2위 기업의 잇따른 가동 중단은 철강업계 전반이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급과잉 해소 없이는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 냉정한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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