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19년만의 역대급 불황
기간제 근로자 최대 22% 감축, 정규직도 불안

“우리 가족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건설사 계약직으로 일했던 A씨는 지난달 갑작스러운 계약 종료 통보를 받았다. 매일 새벽 출근하며 안정된 삶을 꿈꿨던 그는 이제 생계마저 막막해졌다.
대형 건설사들도 매출 목표를 줄이고 인력 감축에 나선 상황에서, 건설업계 위기가 근로자들의 삶까지 위협하고 있다.

국내 건설업계를 대표하는 빅5 건설사는 올해 매출 목표를 줄줄이 낮췄다. 이는 건설업계가 전례 없는 불황을 맞이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올해 매출 목표는 작년 대비 2조 7550억 원 줄어든 15조 9000억 원으로 책정됐다.
현대건설도 매출 목표를 작년보다 7.1% 낮춘 30조 3837억 원으로 설정했다. 대우건설의 경우 20%에 달하는 감소율을 보이며, 목표를 8조 4000억 원으로 축소했다.

이 같은 매출 목표 하향은 금리 인상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겹치며 건설 수주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 증가로 주택사업이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다.
지난해 4분기 국내 건설사의 완공된 공사 실적은 30조 449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1% 감소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계약직부터 정규직까지, 연쇄적인 고용 위기

일감 감소는 근로자들의 고용 환경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건설업계는 수주 감소에 따라 계약직 인원을 대폭 줄였다.
동부건설은 작년 대비 22.2%, 현대건설은 13.4%의 계약직 인원을 감축했다. 삼성물산과 대우건설도 각각 3.5%, 11.6% 줄였다.
일부 건설사는 기존 직원에게 유급 휴직제를 도입하며 운영비를 줄이려 하고 있다.

정규직 근로자도 예외는 아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대형 건설사의 정규직 근로자는 작년에 비해 6000명 감소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건설업 취업자 수가 1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정부 지원이 돌파구 될까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사업뿐 아니라 사회간접자본 사업도 감소하고 있어 전반적인 업계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정부가 공공사업 활성화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정책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간 부문의 수주가 줄어든 만큼 공사비 현실화와 지속 가능한 사업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공공 공사에서 공사비와 물가 인상분을 인정해주는 움직임이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업계의 체질 개선이 없다면, 이번 위기는 더욱 깊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형 건설사들도 불황의 충격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건설업계 전반이 생존을 위한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