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억 버는데도 “금요일은 포기 못해요”… 역대급 변화 맞이한 은행가, 고객들만 ‘어이 상실’

금요일 1시간 단축, 노사 전격 합의
은행 내부 만족 vs 고객 불편 우려

금융노동자들이 금요일 1시간 단축근무에 합의했다. 노사 간 교섭을 통해 나온 결정이지만, 정작 은행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불편은 고려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26일 주 4.5일제 도입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일주일 만에 사측과 금요일 조기 퇴근을 포함한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실제 영업시간이 변경될 가능성도 있어 금융 소비자의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사, 1시간 단축·임금 인상 합의

금융노조는 3일, 전날 금융산업사용자협회와의 산별중앙교섭에서 △임금 3.1% 인상 △금요일 1시간 단축근무 △2026년 주 4.5일제 논의 등을 포함한 합의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현재 상황에서 현실적인 결과를 얻었다”며,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논의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와 함께 김 위원장은 이어오던 단식농성을 중단했다.

앞서 금융노조는 지난달 26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했으며, 김 위원장은 은행회관 앞에서 철야 단식농성에 들어간 바 있다.

영업시간 변화는 없다고 밝혔지만

금융권의 관심은 단축근무 시행 방식과 시기에 집중되고 있다. 금요일 영업시간이 줄어들 경우, 고객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산업사용자협회는 “영업시간을 유지하면서, 내부적으로 효율적인 업무 마감을 통해 조기 퇴근이 가능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즉, 현행 오전 9시~오후 4시의 창구 운영시간은 그대로 두되, 퇴근 시간을 1시간 앞당기는 방식이다.

금융노조는 오는 13일 지부대표자 회의를 열어 합의안을 공유할 예정이며, 각 지부는 사측과 구체적인 시행 방식에 대해 추가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실제 영업시간 단축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일부 은행에서는 금요일만 오후 3시에 마감하거나, 오전 업무 시작을 늦추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 불편에 대한 대책은 부족

과거 사례처럼 소비자 불편은 반복될 수 있다. 2021년 코로나19 확산 당시 수도권 은행들은 영업시간을 1시간 단축했고, 이후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이 기간 동안 은행들은 수익에 큰 타격 없이 운영을 이어갔지만, 이용자 불편은 컸다.

이번 합의 역시 직원 복지 향상이라는 명분은 있지만, 이용자 편의를 고려한 설명이나 보완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연봉이 1억2000만 원을 넘는 은행원들이 추가적인 서비스 개선 없이 근무시간만 줄이는 데 대한 사회적 반감도 적지 않다.

한 금융소비자는 “직원들의 근무환경도 중요하지만, 그에 따른 고객 불편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 4.5일제 도입에 대한 논의는 2026년 임금단체협상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노사 간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추가 논의를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은행권의 근무 환경 변화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고객과의 접점을 유지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 마련이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