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카페 업계의 기피 대상이었던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이 이제는 핵심 고객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리만 차지한다는 부정적 시선이 채 가시기도 전에, 업계는 앞다퉈 칸막이 좌석과 개별 콘센트를 갖춘 전용 공간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칸막이에 콘센트까지…카공족 맞춤 공간 경쟁
캐나다 커피 브랜드 팀홀튼은 지난 4월 16일 삼성역점을 개점하며 전체 좌석의 17%를 칸막이 부스와 1인용 독립 좌석으로 구성했다. 외부 시선을 차단한 설계로 개인 업무와 조용한 대화가 가능하도록 한 것은 팀홀튼이 처음 시도하는 방식이다.
스타벅스도 올해 새로 문을 연 세종대점과 한양대에리카점에 1~2인 전용 ‘포커스 존’을 마련했다. 매장 공간의 절반가량을 회의용 테이블과 싱글 부스석으로 채워 카공족 수요에 정면으로 대응하고 있다.

투썸플레이스 역시 홍대서교점, 신논현점 등 학생·직장인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에 1인 좌석을 집중 배치하고, 각 자리마다 개별 콘센트와 파티션을 설치했다.
상권 특성에 따라 카공족 수요를 분석해 공간을 설계하는 방식이 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10만 개 넘어선 커피 전문점, 저가 브랜드의 맹공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국내 커피 시장의 극심한 포화가 있다. 2024년 기준 전국 커피 전문점 수는 10만7055개로, 2022년 처음 10만 개를 넘어선 이후 매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커피 브랜드 수도 지난해 921개로 전년 851개 대비 8.2% 늘었다.
특히 저가 브랜드의 공세가 거세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4년 신규 출점 수에서 메가MGC커피가 657개로 1위를 차지했고, 컴포즈커피(311개)와 빽다방(286개)이 뒤를 이었다. 컴포즈커피는 지난해 9월 3000호점을 달성하며 시장 영향력을 급속도로 넓히고 있다.

가성비를 내세운 저가 커피 브랜드들이 신규 점포 확장을 주도하는 사이, 스타벅스·팀홀튼·투썸플레이스 등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는 브랜드들은 단순한 가격 경쟁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에 놓였다.
‘체류 시간’이 곧 매출…카공족은 이제 VIP
업계가 카공족을 적극 수용하는 데는 분명한 경제적 논리가 있다. 고객이 오래 머물수록 샌드위치·베이글 등 식사류를 추가 구매하며 객단가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검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스쿠찌는 올해 1분기 델리 메뉴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고, 팀홀튼도 푸드 상품 라인업을 지난해 12월 40종에서 올해 60여 종으로 약 50% 확대했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카공족을 고정 수요로 확보해 체류 시간을 늘리고 이를 매출로 연결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며 “상권 분석을 바탕으로 카공족 방문이 많은 매장을 중심으로 1인 좌석 운영을 확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좌석 회전율 저하를 이유로 카공족을 내쫓던 시대는 저물고, 이제는 그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체류 경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국 커피 전문점이 10만 개를 훌쩍 넘어선 포화 시장에서 고가 브랜드들은 공간의 질로 승부를 걸고 있다. 카공족을 둘러싼 업계의 시선 변화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생존 전략의 일환이며, 앞으로 카페 공간의 설계와 서비스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