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맵이라는 게 생겼다”…1만원 이하 식당만 모은 그것, 청년들 사이 ‘생존 지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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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끼 밥값이 1만 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냉면·비빔밥은 물론 김밥 한 줄조차 부담스러운 시대가 됐다. 고물가가 장기화하면서 청년과 직장인들이 ‘무엇을 먹을까’가 아닌 ‘얼마로 버틸 수 있을까’를 먼저 계산하는 이른바 ‘생존형 식사’가 일상이 되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음식 서비스 물가지수는 약 24.7% 상승했다. 외식물가 상승률은 2021년 2.8%에서 2022년 7.6%로 치솟은 뒤 2023년 6.0%, 2024년 3.0%, 2025년 3.0%로 이어졌다.

치솟는 물가에 부담되는 외식 | 연합뉴스
치솟는 물가에 부담되는 외식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올해 1월 기준 외식물가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9%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0%)을 0.9%포인트 웃돌았다. 전체 소비 지출 중 식비 비중을 나타내는 엥겔계수도 30%를 넘어서며 199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식비 압박이 커지자 청년층 사이에서는 독자적인 생존 문화가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1만 원 이하 식당 정보를 지도로 모아둔 ‘거지맵’이 대학가와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활발히 공유되고 있으며, 2000원대 식당 정보부터 이용자 후기까지 담겨 일종의 ‘생존 지도’ 역할을 하고 있다.

중식 식재료 생산자물가지수 급등…부담스러워지는 외식물가 - 뉴스1
중식 식재료 생산자물가지수 급등…부담스러워지는 외식물가 – 뉴스1 / 뉴스1

모바일 익명 채팅방 ‘거지방’에서는 편의점 1+1 행사 정보, 유통기한 임박 상품 구매법, 재료 공동구매 방법 등 지출을 줄이는 노하우가 실시간으로 오간다.

대학생들은 하루 식비를 5000~6000원 수준에 맞추기 위해 닭가슴살·고구마·프로틴 음료로 끼니를 해결하고, ‘천원의 아침밥’ 프로그램 이용을 위해 긴 줄을 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가장 먼저 외식비 줄인다”…소비 기준 자체가 달라졌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사회조사’ 결과는 이 변화를 수치로 증명한다. 19세 이상 가구주의 67.2%가 재정 상황이 악화할 경우 가장 먼저 줄일 항목으로 ‘외식비’를 꼽았다. 의류비(43.1%), 식료품비(40.4%), 문화·여가비(39.6%)를 모두 크게 웃도는 수치다.

직장인들 역시 점심 메뉴 선택 기준이 ‘맛’에서 ‘가격’으로 완전히 이동했다. 지도 앱에서 ‘1만 원 이하’ 필터를 가장 먼저 적용하는 것이 일상화됐고, 출근 시간대 편의점 간편식 매출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 약세와 중동 정세 불안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청년들의 생활고가 더욱 가중될 수 있다”며 ‘천원의 아침밥’과 같은 정부 지원 정책의 확대를 촉구했다.

고물가가 청년들의 밥상을 생존의 문제로 바꿔놓고 있다. 엥겔계수 30% 돌파, 외식물가의 지속적 상승, 거지맵의 확산은 단순한 절약 문화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위기의 신호다. 식탁 위의 변화가 청년 세대 전체의 생활 기반을 흔들기 전에, 실질적인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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