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 4년 만에 희망퇴직 단행
영화관 3사 실적 악화… 업계 긴장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듭니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인 CJ CGV가 결국 칼을 빼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한 것이다.
9일 영화 업계에 따르면, CGV는 지난달 근속 7년 이상 대리급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에 따라 약 80명이 회사를 떠났다. 연차에 따라 월 기본급 100% 이상의 위로금이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CGV가 희망퇴직을 단행한 것은 2021년 2월 이후 4년 만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멀티플렉스 시장이 구조적으로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CGV 관계자는 “국내 극장 시장의 어려움이 계속되면서 경영 효율화를 위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천만 영화도 못 버텨… 멀티플렉스 3사 흔들

영화관 불황은 CGV만의 문제가 아니다.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국내 3대 멀티플렉스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CJ CGV는 지난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법인의 성장 덕분에 전체적으로는 759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국내 사업에서는 76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롯데시네마도 베트남 시장에서 선전한 덕분에 간신히 3억 원의 흑자를 냈지만, 국내 사업만 보면 사실상 적자다. 해외 사업이 없는 메가박스는 지난해 13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이 지났지만, 시장은 여전히 정체 상태다.
특히 한국 영화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파묘’와 ‘범죄도시4’가 연이어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반짝 반등했으나, 이후 흥행작이 나오지 않았다.

대다수의 영화들이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며 제작 투자도 위축된 상태다.
OTT 중심으로 콘텐츠 제작이 재편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시기 많은 영화들이 개봉을 미루거나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면서, 영화 산업 전반의 투자 자체가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영화 개봉 편수도 줄었고, 볼 영화가 부족해지면서 극장을 찾는 관객도 점점 감소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영화 업계가 처한 상황은 코로나 시절보다 더 긴급하다”면서 “투자 활성화와 자금 조달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올해 더 힘들다… 한국 영화 라인업 부진

영화업계는 올해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파묘’와 ‘범죄도시4’가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극장가를 지탱했지만, 올해는 이렇다 할 대형 한국 영화가 눈에 띄지 않는다.
CJ ENM이 박찬욱 감독의 ‘어쩔 수가 없다’를 준비 중이지만, 개봉 일정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대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극장가를 채울 예정이다.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7: 데드레코닝 PART2’가 6월 개봉을 앞두고 있고, 뮤지컬 영화 ‘위키드: 포 굿’이 11월, ‘아바타: 불과 재’가 연말 개봉을 준비 중이다.
한 극장 관계자는 “할리우드 대작들이 일정 부분 극장가를 지탱할 수는 있겠지만, 한국 영화의 부진이 지속된다면 장기적으로는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화발전기금 부활… 업계 기대 속 실효성 논란

이런 가운데 영화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영화발전기금이 부활하면서 영화인들은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입장권 부과금 3%를 다시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영화관 티켓 가격의 3%가 영화발전기금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영화인연대는 “한국 영화산업이 위기에 처한 지금, 영화발전기금이 더욱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영화발전기금이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한 영화 제작자는 “자금 조성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영화 제작 환경을 개선하는 정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해결책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극장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구조라면, 멀티플렉스 3사뿐 아니라 영화 업계 전체가 장기적인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와 업계가 함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