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 후 3년 만에 파탄 사례 급증
복잡한 비자 제도·불법 중개업체 문제 심각

“모든 걸 걸었는데, 3년 만에 끝이라니.”
50대 후반인 김 모 씨는 주변의 권유로 베트남 여성과 국제결혼을 했다.
결혼정보업체에 수백만 원을 쏟아부은 김 씨는 ‘행복한 가정을 꾸며보겠다’고 다짐했지만, 아내가 3년 만에 이혼을 요구하자 모든 것이 무너졌다.
김 씨는 “비자를 받으려는 목적으로 나를 이용한 것 같다”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복잡한 결혼비자 절차, 사기의 온상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국제결혼으로 입국한 외국인 배우자는 한국과 본국 모두에 혼인신고를 마친 후 ‘결혼이민비자(F-6)’를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결혼 직후 발급받는 ‘국민의 배우자(F-6-1)’ 단기비자는 90일만 유효하다. 이후 F-6 비자를 취득하려면 일정 소득 수준과 고정된 거주지를 증명하고, 한국어 능력까지 입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제출해야 하는 서류만 무려 200페이지에 달하는 등 복잡하고 까다로운 탓에, 생업에 바쁜 일반인들이 직접 감당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서류 작업을 대신 맡아줄 곳을 찾을 수밖에 없고, 불법 중개업체들의 유혹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법무부와 외교부, 여성가족부 등 관리기관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피해자는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한 중개업체 관계자는 “한국 비자 제도는 일반인이 접근하기 너무 어렵다”며 “이 틈을 타 불법 대행이 판친다”고 토로했다.
세대차·문화차 극복 못한 국제 부부, 이혼율 급증

국제결혼 시장에서 50대 이상 남성의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2023 결혼중개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50세 이상 남성이 전체 국제결혼 남성의 30.8%를 차지했다. 40대까지 합치면 86.5%에 달한다.
반면, 결혼하는 외국인 여성은 대부분 20~30대 초반으로, 세대 격차는 심각했다. 문화적 차이에 세대차까지 겹치면서 다문화가정의 이혼율은 급격히 상승했다.
2023년 기준 국제결혼 가정의 이혼건수는 8158건으로, 전체 이혼 중 8.8%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대비 3.9%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특히 한국 남성과 베트남 여성의 이혼율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 여성과의 이혼 건수는 1215건으로 전년 대비 8.3% 급증했으며, 이는 2011년 이후 최고 증가율이다.
결혼이 아닌 국적 취득이 목표였던 경우도

베트남 현지 매체 ‘VN익스프레스’는 지난해 4월 ‘한국 국적 귀화를 위한 결혼 차용’ 방송을 통해 충격적인 실태를 공개했다.
당시 출연한 20세 여성 투찐은 “결혼은 한국 시민권을 얻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며 “3년 후 이혼을 목표로 삼았다”고 고백했다.
한국 국적을 취득하려면 혼인 후 한국에서 2년 이상 살거나, 혼인 후 3년이 지나고 한국에서 1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 이 때문에 3년이 지나자마자 이혼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한국 국적을 얻은 뒤 모국으로 돌아가 베트남 남성과 재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통계청은 밝혔다.
결혼중개업 피해 매년 증가, 해결책은?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국내 결혼중개업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1188건에 달했다.
피해자 1인당 평균 가입비는 약 346만 원이었고, 피해 유형 중 ‘계약해제·해지 거부 및 과도한 위약금 청구’가 68.4%를 차지했다.
표준약관을 위반하거나 환급 불가 조항을 삽입한 업체도 적지 않았으며, 이에 소비자원은 계약 전 업체 신뢰성과 거래조건을 철저히 확인할 것을 권고했다.
정부는 국제결혼과 관련한 비자 발급 및 관리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으며, 또한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결혼중개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도 시급한 과제다.
5060세대가 더 이상 ‘국적 취득’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제도 정비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