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금을 피하려 근로자를 11개월 단위로 자르던 관행에 정부가 정면으로 메스를 댔다. 2026년 4월 26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단기·기간제 근로자에게 정규직보다 더 높은 임금을 지급하도록 강제하는 ‘공정수당’ 도입을 공식화한 것이다.
현행법상 1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에게는 한 달 치 월급에 해당하는 퇴직금이 발생하고, 2년 이상 고용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이 허점을 파고들어 사업주들은 11개월 단위로 계약을 끊거나, 1년 11개월만 쓰고 해고하는 편법이 현장에서 관행처럼 굳어왔다.

단기 근로자들은 고용 불안에 시달리면서도 정규직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승진과 복지 혜택에서도 철저히 소외되어 왔다. 노동 시장의 양극화가 구조적으로 고착되어온 배경이다.
정부가 참고하는 모델은 2021년 경기도가 공공부문에 선도 도입한 방식으로, 계약 기간 1년 미만 비정규직에게 기본급의 5~10%를 가산 지급하는 구조다. 월급 250만 원을 받는 단기 알바생에게 10%를 적용하면 사업주는 매달 25만 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11개월 쪼개기 계약을 유지하더라도 추가로 나가는 수당 총액은 275만 원에 달해, 퇴직금 250만 원을 아끼려다 오히려 25만 원을 더 쓰는 역전 현상이 벌어진다. 절감하려던 비용보다 더 많은 돈이 나가는 구조가 되는 셈이다.
자영업자 우려 vs 정책 일정
편의점, 물류센터 등 단기직 비중이 높은 업계를 중심으로 인건비 부담을 감당하지 못한 사업주들이 채용을 줄이거나 외주화로 돌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용을 늘리기 위한 정책이 오히려 취업 문턱을 높이는 역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해 기간제법 전반을 재검토하며 오는 6월까지 실태 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후 공정수당의 구체적인 가산 비율과 적용 대상을 확정해 발표할 방침이다.
한편 법정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문제도 올해 상반기 안에 결론을 낸다는 계획이 잡혀 있어, 노동 시장 전반에 걸친 구조 개편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형국이다. 공정수당 도입이 단기 근로자의 처우를 실질적으로 개선할지, 아니면 자영업자의 고용 의지를 꺾는 부메랑이 될지, 6월 이후 발표될 세부 기준이 그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