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 입국심사대로 출입국 시간 단축
관광객 편의 높이고 재방문 수요 자극
한일 관광 불균형, 새로운 대응이 필요

이제 일본을 찾는 한국인들이 가장 먼저 체감할 변화는 ‘입국 절차의 간소화’다. 한국과 일본 정부가 6월 한 달간 ‘패스트트랙’이라는 이름의 전용 입국심사대를 김포·김해·하네다·후쿠오카 공항에 설치한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례적인 실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해당 시스템은 입국일 기준 1년 이내 상대국 방문 이력이 있는 단기 체류자에게만 적용된다.
한일 관광객 급증, ‘패스트트랙’ 실험으로 대응

21일 법무부와 외교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전용 입국심사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사이 도착하는 직항 항공편에 한해 운영된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일본항공, 전일본공수를 이용하는 승객이 그 대상이며, 하네다와 김포는 항공사 제한이 있지만, 후쿠오카와 김해는 모든 항공사에 적용된다.
또한 사전등록은 필수다. 한국인은 ‘비지트 재팬 웹(Visit Japan Web)’, 일본인은 ‘전자입국신고 시스템’을 통해 미리 등록해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양국이 특정 국가를 상대로 시도하는 첫 사례로, 향후 성과에 따라 상시 운영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인 일본 여행, 왜 유독 많을까?

2023년 한 해 동안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무려 3700만 명인데, 그중 한국인은 882만 명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중국(698만 명), 대만(604만 명), 미국(272만 명)을 모두 앞선 수치다.
‘왜 이렇게 많은지’에 대한 이유는, 첫째, 엔화 약세가 관광 경비를 낮췄다. 최근 엔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일본을 여행하는 외국인들에게 체류 비용이 더욱 저렴하게 느껴지고 있으며, 숙박, 식사, 쇼핑 등 전반적인 소비가 부담 없이 가능해져 여행 수요가 크게 늘었다.
둘째, 당일치기·주말여행 등 단기 재방문이 늘고 있다. 일본과 가까운 국가에서는 당일치기 또는 주말 단기여행이 일상화되고 있는데, 저비용과 짧은 거리 덕분에 일본을 여러 차례 가볍게 방문하는 관광객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셋째, 저가 항공사(LCC)뿐 아니라 대형 항공사도 소도시 노선을 늘리며 선택지를 확장했다. 과거에는 대도시 중심이었던 항공편이 이제는 소도시까지 확대되며 관광객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 저가 항공사뿐 아니라 대형 항공사도 지방 소도시로 노선을 확대하면서 보다 다양한 여행지가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여행업계는 “도쿄·오사카를 넘어 마쓰야마·다카마쓰·나가사키 등 소도시 수요까지 살아났다”고 분석했으며, 한 여행사 관계자는 “이젠 비주류 지역까지 찾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관광객 쏠림, ‘편의성 강화’만으로는 불균형 못 막아

하지만 이 모든 수치는 한일 간 관광 불균형이라는 그림자도 비춘다. 2024년 기준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882만 명인데 비해,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은 320만 명에 불과했다.
관광수입도 마찬가지인데, 일본은 지난해 74조 원의 관광수입을 올렸고, 한국은 9조 원으로 약 8분의 1에 그쳤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환율 효과로 설명되지 않으며, “문화 콘텐츠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K-컬처의 인기를 관광으로 충분히 연결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외국인 관광객 1인당 평균 지출액도 한국보다 일본이 약 150만 원가량 더 많다. 하지만 한국은 최근 중국의 무비자 정책 도입, 한한령 완화 움직임 등 외부 요인이 긍정적 작용을 할 가능성으로 나타났다.
지금이야말로 맞춤형 관광 콘텐츠 개발과 전략적 마케팅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 관광산업 관계자는 “기술로 편의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감성으로 다시 오고 싶게 만들어야 진짜 경쟁력”이라며 한국 관광의 방향 전환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