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안앱 강제 설치 논란
결국 철회했지만… 혼란은 계속

세계 2위 스마트폰 시장 인도에서 정부 주도의 디지털 감시 논란이 촉발됐다.
인도 통신부는 지난달 28일 애플, 삼성전자, 샤오미 등 주요 제조사에 90일 이내 자국 개발 보안 앱 ‘산차르 사티’를 모든 신규 스마트폰에 탑재하라는 명령을 하달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사용자가 이 앱을 삭제할 수 없도록 설정하라는 조항이다.
인도는 2024년 1억5100만 대의 스마트폰이 출하되며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시장으로 부상했다. 6억900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인도는 아직 스마트폰 보급률이 약 50% 정도에 불과해 성장 잠재력이 막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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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 불가 정부 앱,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

산차르 사티는 힌디어로 ‘통신 동반자’라는 뜻으로, 정부는 사이버 사기 방지와 분실 단말기 차단을 목적으로 내세웠다. 앱은 단말기고유식별번호 확인, 사기 신고, 도난 기기 차단 기능을 제공한다.
인도 정부는 올해만 500만 다운로드와 37만 대 이상의 분실 기기 차단 실적을 강조하며 공익성을 주장했다. 조티라디티야 신디아 통신부 장관은 “앱은 자발적이며 언제든 삭제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강제 설치와 삭제 불가 조항이 정부의 주장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권리 단체 ‘인터넷 프리덤 재단’은 “모든 스마트폰을 국가 지정 소프트웨어의 용기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앱이 운영체제 내부의 영구적이고 비동의적인 액세스 지점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 말리카르준 카르게 총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감시, 도청, 엿보기로 이어질 것”이라며 “독재와 유사하다”고 비판했다.
애플은 거부, 삼성은 고민… 글로벌 기업의 딜레마

이를 접한 애플은 인도 정부의 요구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애플은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 위험을 초래하는 이러한 명령은 전 세계 어떤 시장에서도 수용한 적이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전했다.
애플의 거부는 단순한 원칙 고수가 아니다.
인도에서 애플은 2024년 1200만 대를 출하하며 35% 성장을 기록했고, 4분기에는 처음으로 10% 시장 점유율을 달성했다. 인도는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애플의 4번째 시장으로 성장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내부 검토 중이라며 별다른 의견을 전하지 않았다. 삼성은 인도에서 15.8% 점유율로 3위에 머물며 비보와 샤오미에 밀렸고, 매출 역시 둔화세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프라이버시를 핵심 가치로 내세우기에 양보가 어렵지만, 삼성은 시장 방어를 위해 타협을 고려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격렬한 반발에 닷새 만에 철회… 정책 혼선 논란

결국 인도 정부는 3일 강제 설치 명령을 전격 철회했다. 통신부는 “하루 동안 60만 명이 자발적으로 앱을 다운로드하며 수용성이 높아져 굳이 강제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명분 쌓기용 해명으로 보고 있다. 가장 결정적 압박은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IT 기업들로부터 나왔다. 야당의 의회 내 강력한 반발과 시민사회의 ‘빅브라더’ 감시 우려도 철회를 이끌어냈다.
테크 전문 변호사 미시 초드리는 “인도의 매우 예측 불가능한 규제 프레임워크는 기업들에게 끊임없는 도전 과제”라며 “사기 방지 효과 분석 없이 내려지는 자의적 정책 결정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모디 정부는 2023년 노트북 수입 허가제를 도입했다가 업계 반발에 철회했고, 2020년에는 코로나19 접촉자 추적 앱 강제를 권고로 선회한 바 있다.
이번 사태는 인도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과 번복이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