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2~3시, 멀쩡하던 발가락 하나가 불에 덴 것처럼 타들어 간다. 이불이 스치는 것만으로도 비명이 터져 나오고, “뼈가 부서지는 것 같다”는 환자들의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 고통의 정체는 통풍이다. 혈액 속 요산이 결정 형태로 굳어 관절에 쌓이면서 극심한 염증을 일으키는 대사 질환으로, 현재 국내 고요산혈증 유병 성인은 548만 명에 달한다. 혈중 요산 농도가 7㎎/㎗를 초과하면 통풍 발생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
통풍은 더 이상 중장년층만의 질환이 아니다. 20대 통풍 환자는 최근 10년 새 82% 증가했고, 30대도 66%나 늘었다. 반면 40대는 49%, 50대 20%, 60대 15% 증가에 그쳐, 젊은 세대의 증가 속도가 최대 5배에 달한다.
20·30대 남성의 고요산혈증 유병률은 이미 약 20% 수준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다. 배달음식 확산과 탕후루·탄산음료 등 액상 과당 섭취 급증, 고농축 단백질 보충제 남용이 젊은층 통풍을 부추기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오진의 함정, “수치만 믿으면 안 된다”

통풍 치료에서 놓치기 쉬운 함정이 있다. 급성 발작 중에는 요산이 관절 내로 이동하면서 혈중 요산 수치가 일시적으로 정상 범위로 떨어지기 때문에, 혈액검사만으로는 오진이 발생할 수 있다. 을지의대 손창남 교수는 “혈중 요산 수치만을 기준으로 진단하거나 배제하는 것이 주요 오진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가성 통풍·류머티즘 관절염·봉와직염 등과 혼동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관절 초음파, 편광현미경을 이용한 관절액 요산 결정 확인, 이중에너지CT(DECT) 검사가 필요하다.
방치하면 관절 변형…예방이 최선

통풍은 발작이 지나가면 통증이 사라지지만, 치료 없이 방치하면 첫 발작 후 약 10년 만에 요산 결정이 연골·인대·연부조직에 광범위하게 축적돼 관절 변형과 신장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예방의 핵심은 혈중 요산 농도를 6㎎/㎗ 미만으로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다.
하루 2리터 이상 수분 섭취로 요산 배출을 돕고, 맥주와 붉은 육류·내장류 섭취를 줄이며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해야 한다. 이미 진단을 받았다면 통증이 사라졌더라도 전문의 처방에 따라 요산 강하제를 꾸준히 복용하고, 정기적인 혈액 검사로 요산 수치를 관리하는 것이 재발 예방의 핵심이다.
548만 유병자 시대, 통풍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조기 관리와 꾸준한 생활습관 개선으로 충분히 조절할 수 있는 만큼, 오늘의 식탁과 음주 습관을 점검하는 것이 ‘바람만 스쳐도 아픈’ 고통을 막는 가장 확실한 첫걸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