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자동차는 어떡하라고”… 기업의 섬뜩한 결단에 차주들 ‘발 동동’

한국GM, “효율화” 명분에 노조 강력 반발
부평 유휴지 매각부터 서비스센터 정리까지 ‘철수설’ 확산

한국GM의 직영 서비스센터 매각 소식에 차주들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

부평공장 유휴부지 매각과 더불어 발표된 이번 결정은 단순한 ‘운영 효율화’가 아니라, 다시금 국내 철수설에 불을 지핀 불씨로 작용하고 있다. 노동조합 역시 “사측의 선전포고”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GM 본사가 미국 내 엔진 공장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직후, 한국GM은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미국에서 수조 원을 쏟아붓는 사이, 한국에서는 생산시설 일부와 서비스센터 정리를 단행한 것이다. 이 극단적인 온도차는 “한국GM 철수는 시간문제”라는 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직영 서비스센터 매각, 결국 시작된 정리 수순?

지난 28일, 한국GM은 전국 9개 직영 서비스센터를 순차적으로 매각하고, 부평공장의 유휴 자산과 토지를 정리하겠다고 전 임직원에게 공식 통보했다.

사측은 이번 조치가 “급변하는 산업환경 속에서 재정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고객지원은 여전히 전국 386개 협력 정비센터를 통해 이어지며, 기존 직영센터 직원들의 고용은 유지될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업계는 내수 판매가 2만 대 수준에 그치는 현실에서 서비스센터 축소는 고객 접근성과 만족도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고 본다.

유휴부지를 매각하겠다고 밝힌 부평 2공장 역 이미 2022년 이후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노조는 국내 사업을 위해 친환경차 생산 배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올해 신차 생산 배정 계획이 없다고 밝혀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미국에 투자하고, 한국은 정리… ‘이중 전략’ 논란

같은 날 GM 본사는 뉴욕주 토나완다 엔진공장에 8억 8800만 달러(한화 약 1조 2000억 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픽업트럭과 SUV에 들어가는 6세대 V-8 엔진 생산을 늘리기 위해서다.

전기차 전환 흐름 속에서 내연기관 투자를 늘린다는 것도 의외지만, 그 여파가 한국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 업계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GM은 앞서 전기차 구동장치 생산을 위한 3억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철회하고, 내연기관 투자로 선회했다.

한국GM은 이미 수익성 문제로 군산공장을 폐쇄한 전력이 있다. 해외에서도 호주(2013), 인도네시아·태국(2015), 유럽·인도(2017) 등 철수를 단행한 바 있다.

이처럼 글로벌 본사의 전략 수정이 잇따르는 가운데, 한국GM의 매각 조치는 더 이상 국지적 대응으로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 비중이 90% 이상인 한국GM은 미국 관세 정책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관세로 경쟁력이 떨어진 순간, 즉시 철수할 수도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노조 “임단협 전 기습…선전포고로 간주”

이번 매각 결정은 특히 노사 협상의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이번 결정을 임금 및 단체협상 상견례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한국GM지부 안규백 지부장은 “창립 54주년을 앞두고 이 같은 통보는 임금협상에 대한 전면전 선포”라며 “회사가 이 결정을 반드시 후회하도록 하겠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당초 29일 예정됐던 첫 교섭은 글로벌 본사 일정으로 연기됐고, 사측은 매각 계획을 그날 직접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GM한국사업장 헥터 비자레알 사장은 “이번 조치는 효율성 제고와 재정 건전성 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현재 차량 생산 프로그램은 수년간 유지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은 “철수설 불식을 위한 형식적 설명일 뿐”이라는 노조와 업계의 시선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남겨진 차주들의 불안…“서비스 받을 곳은 있나”

차주들은 이번 조치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GM 차량을 오랜 기간 이용해온 고객들은 “직영 서비스센터가 사라지면 앞으로 유지보수는 어떻게 하느냐”며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다.

정부와 업계가 친환경차 확대에 집중하는 가운데, GM이 내연기관 중심으로 투자 노선을 바꾸고 있는 것도 향후 전략과 충돌하는 부분이다.

이중전략이 결국 한국GM 사업장의 가치마저 갉아먹는 방향으로 흐르지는 않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