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라더니 “오히려 돈이 넘쳐난다?”… 은행 빠져나간 ‘215조’의 놀라운 ‘행방’

고금리 속에서도 돈은 모였다
‘안 쓴 돈’ 어디로 갔을까
완전히 달라진 투자의 판도
은행
사진 = 연합뉴스

불황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놀라운 자금 흐름이 포착됐다.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은 사이, 가계의 여윳돈은 되레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4월 10일 발표한 ‘2024년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순자금 운용액은 215조 5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보다 55조 원 이상 늘어난 수치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규모다.

순자금 운용액이란 한 해 동안의 자금 운용 총액에서 차입 등을 제외한 수치를 말한다. 쉽게 말해, ‘남은 돈’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소득이 지출보다 많았고, 아파트 신규 입주가 줄면서 자금이 갈 곳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저축’에서 ‘투자’로 방향 튼 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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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것은 이 돈이 어디로 향했느냐다. 예전 같으면 예금으로 흘러갔을 돈이 이제는 주식, 펀드, 채권 등 다양한 자산으로 분산되고 있다.

가계의 주식 및 펀드 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48조 원 넘게 늘어나며 42조 4000억 원을 기록했다.

채권과 보험, 연금 자산도 각각 37조 9000억 원, 62조 5000억 원씩 증가했다. 반면, 전통적인 금융기관 예치금은 16조 원 넘게 줄었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돈이 ‘모으는 것’에서 ‘굴리는 것’으로 옮겨갔다는 얘기다.

한 금융 전문가는 “가계가 점차 투자 중심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며 “이는 장기적인 금융 행태 변화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MZ세대 부자들, 돈의 흐름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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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흐름의 중심엔 MZ세대 부자들이 있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이달 3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40대 이하 MZ부자의 투자자산 비중은 지난해 42%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35%, 2023년 38%에서 점차 증가해온 것이다.

특히 이들은 외화자산과 가상자산, 금 등 전통적인 자산 외에 대체투자에도 적극적인 성향을 보였다.

해외주식 보유 비중은 2022년 16%에서 올해 31%로 두 배 가까이 늘었으며, 가상자산 투자 비중도 올드리치(50대 이상 부자)의 세 배 수준이었다.

한 연구원은 “MZ부자는 레버리지를 활용하고,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 확신을 가지고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며 “기성세대와는 투자 철학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길어진 거래 시간, 더 활발해진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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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흐름에 맞춰 국내 주식시장 역시 변화를 맞이했다. 지난 3월 4일, 70년 만에 주식 거래 체제가 단일시장에서 복수시장으로 전환된 것이다.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가 출범하면서 투자자들은 오전 8시부터 밤 8시까지, 최대 12시간 동안 거래할 수 있게 됐다.

출범 한 달 만에 넥스트레이드의 거래대금은 29조 원을 넘겼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종목들이 거래 가능해진 주간에는 하루 거래대금이 4조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시장 점유율도 빠르게 늘어, 현재 넥스트레이드의 주간 점유율은 전체 주식 거래대금의 17.1%를 차지했다.

아직까지는 개인 투자자 중심(98%)이지만, 시스템 안정화가 이뤄질 경우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의 유입도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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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거래 시간이 길어진 만큼 개인 투자자들의 활약이 커졌다”며 “시장 안정성과 신뢰성이 확보되면, 글로벌 자금의 유입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계는 고금리와 경기 침체 속에서도 자산을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예금에서 빠져나온 자금은 주식, 펀드 등 투자 자산으로 쏠리며 금융시장 전반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단기적으로는 자산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나, 실질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자산 편중과 격차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자금 이동이 뚜렷해진 지금, 이를 제도적으로 관리하고 보완하는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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