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판결로 노사 갈등 심화
노동계 “불리한 조건 수용 불가피”
“월급이 줄어들 수도 있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요?”
최근 대법원이 통상임금의 판단 기준에서 ‘고정성’을 제외하면서, 정기상여금이나 명절 떡값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직장인들은 자신의 월급 명세서를 다시 살펴야 할 상황에 처했다.
통상임금 확대가 근로자에게는 긍정적인 변화로 비치지만, 일부 기업들의 ‘꼼수’ 임금 체계 개편이 우려되고 있다.
노사 모두 긴장하는 ‘통상임금 판결’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특정 시점 재직 조건이 붙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6일 ‘통상임금 노사 지도 지침’을 발표하며 기업과 노동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조치로 인해 기업의 추가 인건비 부담은 연간 6조7889억 원에 이를 것으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추산했다.
이에 따라 대형 로펌들은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기업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세미나를 잇달아 열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이번 조치가 근로자의 권리 강화를 위한 것이지만, 일부 기업들이 이를 회피하기 위해 정기상여금을 폐지하거나 임금 체계를 바꿀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에서는 근로자가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임금 체계를 재조정해 총급여 수준을 유지하려는 시도를 우려했다.
예를 들어 정기상여금을 성과급 형태로 전환하거나, 실비성 수당과 복지포인트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 전문가는 “대법원의 판결은 조건부 임금을 통해 법정수당을 줄이려는 사용자들의 시도를 규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포괄임금제 등으로 이를 피하려는 행태는 철저히 단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로자들에게 미칠 영향은?
통상임금 확대는 법정수당과 퇴직금 계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가령, 기존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정기상여금이나 근속수당이 포함되면, 근로자들의 월급과 연장근로수당 등이 더 많아질 수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일부 기업들이 통상임금을 줄이기 위한 편법 개편을 시도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특히,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에서 기업이 임금 지급 조건을 바꿀 경우, 근로자들이 불리한 처우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기업들이 고정성 임금을 성과나 실적에 연동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이달 안으로 ‘통상임금 지도지침’을 개정해 기업들이 임금 체계를 일방적으로 바꾸는 행위를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부 관계자는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구체적이고 명확한 지침을 마련 중”이라며, 이달 중 배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통상임금 판결은 노동자와 기업 모두에게 중요한 분기점이 되고 있다. 과연 이 변화가 근로자의 권리 강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