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권 첫 K9 자주포 수출
중국 견제·러시아 의존 탈피
기술 유출 우려도 상존

한국 방위산업의 대표 무기인 K9 자주포가 사상 처음으로 공산국가에 수출되면서, 성과와 위험이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한 K9 자주포 약 20문이 베트남에 납품되는 계약이 최종 확정됐다. 규모는 3억 달러, 한화 약 4100억 원으로 베트남 연간 국방 조달 예산의 25~30%를 차지한다.
계약은 정부 간(G2G) 방식으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를 통해 진행되며, 베트남은 세계에서 11번째 K9 운용국이자 동남아시아 최초의 도입국이 된다.
중국 견제와 군 현대화의 선택

베트남의 K9 도입 배경에는 복합적인 전략 계산이 깔려 있다.
우선 국경과 바다에서 맞서는 중국과의 갈등이 1순위다. 남중국해 스프래틀리(쯔엉사) 군도 영유권 분쟁이 갈수록 격화되면서,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국가 안보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또한 베트남은 오랫동안 러시아산 무기에 의존해 왔지만, 최근 서방 제재와 부품 공급 차질, 노후화 문제로 전력 유지가 쉽지 않았다.
NATO 표준 155mm 구경을 사용하는 K9은 서방 무기와 호환이 가능해, 러시아 의존 탈피와 군 현대화를 동시에 달성할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 된 셈이다.
응우옌 홍 퐁 베트남 포병사령관은 지난해 4월 한국 방문 당시 K9의 사격 성능을 직접 확인한 뒤 “우리 포병 전력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산권 첫 수출, 기회와 위험

이번 계약은 한국 방산업계가 공산주의 국가와의 거래를 공식적으로 성사시킨 첫 사례다.
그동안 한국은 정치·이념적 이유로 공산권과의 무기 거래에 신중했지만, 이번 성과로 미얀마·라오스·캄보디아 등 신흥 시장 개척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K9은 이미 유럽·중동·오세아니아에서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입증했으나, 공산권 수출은 방산 외연을 획기적으로 넓히는 계기가 됐다.
다만, 기술 유출 가능성은 여전히 우려된다. 북한 등 제3국으로 무기가 흘러들어갈 경우 심각한 안보 위기를 초래할 수 있어, 한국과 베트남은 별도의 보안 협정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외교·경제 3중 효과

전문가들은 이번 수출이 단순한 무기 거래를 넘어, 외교·경제·산업이 결합된 전략적 행보라고 분석한다.
현지 조립, 부품 공급, 정비·유지보수(MRO) 등 후속 사업이 가능해지면, 베트남을 거점으로 한 동남아 방산 네트워크 구축이 가능하다.
이는 수출의 장기화·고부가가치화를 실현하며, 글로벌 방산 수출액 200억 달러, 세계 4위 진입이라는 국가 전략에도 힘을 보탤 전망이다.
또한 이번 계약은 한국산 무기의 신뢰성과 공급망 안정성을 세계적으로 각인시켰다.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안정적인 납기, 기술 이전 능력, 합리적인 가격이 결합된 K9은 국제 무기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새로운 도전의 출발선

4100억 원 규모의 성과 뒤에는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공산권 시장의 불확실성, 기술 보호, 장기 협력 구조 마련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한국 방산업이 전통적 진영 논리를 넘어 글로벌 종합 방산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정부와 업계가 맞춤형 현지화 전략, 국제 파트너십 강화, 기술·산업 협력 확대에 나선다면, ‘K-방산’의 지평은 훨씬 더 넓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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