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 죄송하다” .. 자책하는 청년들 위해 엄마들, ‘무거운 삶’ 짊어졌다

청년은 집에, 부모는 일터로
고용시장 뒤바뀐 세대 현실
비정규직 감내하는 중년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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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20대 아들이 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의 어머니는 새벽부터 일터로 나선다. 이 기묘한 세대의 뒤바뀜은 단순한 현상이 아닌, 한국 사회가 마주한 고용 구조의 민낯이다.

청년층은 점점 일자리를 잃어가고, 그 빈자리를 중년 여성들이 메우고 있다.

고용시장 ‘세대 역전’, 엄마가 아들보다 더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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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2025년 2월 기준 55~64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1.5%로, 20~29세 남성(60.7%)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10년 전만 해도 50대 여성 참가율은 52% 수준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중년 여성이 20대 청년보다 더 활발히 노동시장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통계상의 이상이 아니다. 현실에서 많은 청년들이 취업 자체를 포기하거나 구직 활동을 잠시 중단한 상태이며, 15~29세 청년 백수 인구는 120만 명을 넘어섰고, 이는 전년 대비 7만 명 넘게 증가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고용 시장은 한 번 진입하면 더 나은 일자리로 이동하는 것이 쉽지 않아, 청년들이 첫 직장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취업 준비 비용과 시간을 자식이 감당하지 못하자, 부모가 이를 대신 떠안게 된 셈이다.

청년층의 자리, 부모 세대가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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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스1

중년 여성들이 채우는 일자리 대부분은 고된 단순노무직이다. 비정규직 비율은 50대 여성 46.4%로, 청년층은 물론 다른 연령대보다도 높다. 열악한 조건이지만 자녀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나선 것이다.

더욱이 최근 발표된 ‘2024년 4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동향’에 따르면, 20대 이하 일자리는 14만 8000개가 감소해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폭 하락을 기록했지만, 60대 이상 일자리는 24만 8000개가 증가하여 고용시장의 주역이 바뀌고 있다.

또한 1998년 신입사원 평균 연령은 25.1세였지만, 2020년에는 31세에 달했는데, 이처럼 청년 취업 연령이 꾸준히 늦어지고 있는 점도 부모 세대의 경제활동 기간이 연장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힘들지만 이해돼”, 온라인에 쏟아진 공감과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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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이 같은 세대 간 고용 역전 현상은 온라인에서도 뜨거운 논쟁거리다.

유튜브엔 취업 준비 과정을 담은 브이로그 영상에 “나도 이랬다”, “위로받고 간다”는 댓글이 이어지고, “포브스 선정 취준 빼고 다 잘하는 사람” 같은 자조 섞인 유머도 넘쳐난다.

반면 “이렇게 살아도 되나”, “부모님께 미안하다”는 자책과 무기력함을 드러낸 반응도 많다. 커뮤니티에선 청년 지원 정책에 대해 “한 끼라도 도움 된다”는 긍정과 “50만 원으론 턱도 없다”는 냉소가 교차한다.

취업난을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는 흐름도 커졌다. “일자리가 없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라는 비판과 “중소기업이 아무리 많아도 적절한 보상이 없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누구나 백수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사회가 그 백수에게 기회를 주느냐는 것.”

한국 사회는 지금, 집에서 쉬는 자식과 밖에서 일하는 부모가 뒤바뀐 고용 시장의 새로운 풍경을 마주하고 있다. 그 균형추가 기울기 전에, 구조적 해법이 절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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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집에서 밥이 따박따박 나오는데 일하겠냐?
    힘든일 싫어 사람과 엮이기 싫어
    다 어른되서도 마마보이 인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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