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탓 하지말고, 싸우는 법 좀 배워” .. 원유 수입국들, 이분법적 선택 강요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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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세계 해상 석유 교역의 약 30~4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미·이란 무력 충돌 이후 봉쇄된 상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개방 책임을 사실상 원유 수입국들에 떠넘겼다.

트럼프의 발언은 미국 에너지 자립을 배경으로 한 전략적 이탈 신호로 해석된다.

트럼프, 측근들에 '호르무즈 봉쇄돼도 對이란 공격 끝낼 의향'" | 연합뉴스
트럼프, 측근들에 ‘호르무즈 봉쇄돼도 對이란 공격 끝낼 의향'” | 연합뉴스 /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31일(현지시간) SNS 트루스소셜에서 원유 수입국들에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미국산 원유를 사들이거나, 직접 해협으로 나가 확보하라는 것이다.

그는 “스스로 싸우는 법을 배우라”고 압박했다. 이어 4월 1일(현지시간) 대국민연설에서도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으로부터 원유를 전혀 수입하지 않고, 앞으로도 필요하지 않다”며 수입국 책임론을 재확인했다.

앞서 트럼프는 NATO 탈퇴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동맹국의 군함 파견 요구를 사실상 거부당한 이후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해왔다.

이란, '철통 봉쇄' 호르무즈 해협서 印 LPG운반선은 통항 허용 | 연합뉴스
이란, ‘철통 봉쇄’ 호르무즈 해협서 印 LPG운반선은 통항 허용 | 연합뉴스 / 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도 일관된 신호를 찾기 어렵다.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은 “군사 작전 이후 호르무즈 문제는 이란이 결정하거나, 지역 연합이 미국과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군사적 역할에서 외교·경제적 압박으로의 전환 의지로 해석되지만, 사실상 미국의 전술적 후퇴를 의미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美 반사이익…미국산 원유·가스 '불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美 반사이익…미국산 원유·가스 ‘불티’ / 뉴스1

엇갈린 메시지, 커지는 정책 불확실성

트럼프의 메시지는 이틀 사이 엇갈렸다. 3월 31일(현지시간) 그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우리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같은 날 트루스소셜에서도 해협 문제를 원유 수입국이 직접 해결하라고 압박했다.

반면 4월 1일(현지시간) 대국민연설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고 안전하게 확보될 경우에만 휴전을 검토하겠다”고 조건을 제시했다.

또 그는 해협 폐쇄가 계속돼도 군사작전을 끝낼 용의가 있다고 밝혀 장기전 회피 기조를 드러냈다. 참모들은 호르무즈 개방 임무가 트럼프가 제시한 4~6주 전쟁 기한을 초과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국·일본·인도 ‘이분법적 선택’ 압박

호르무즈 해협에 에너지 공급을 의존하는 한국·일본·중국·인도 등은 사실상 미국이 설정한 두 갈래 길 앞에 서게 됐다. 미국산 원유 구매 확대로 에너지 공급선을 전환하거나, 자체 군사력으로 해협 개방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이 중 어느 쪽도 단기간에 실현하기 쉽지 않다. 시장은 이미 반응했다. 트럼프가 “종전 선언이 아니었다”고 입장을 정리하자 코스피가 하락 전환하는 등 협상 불안정성이 즉각 금융시장에 반영됐다.

호르무즈 해협의 장기 봉쇄는 세계 석유 가격 급등으로 직결될 수 있어,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위기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의 “스스로 싸우는 법을 배우라”는 발언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에너지 자립을 달성한 미국이 중동 해협 안보에서 ‘비용 대비 이익’을 재계산하고 있다는 신호다. 동맹국들은 미국의 안보 우산이 호르무즈까지 뻗어 있다는 기존 전제를 재검토해야 할 시점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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