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우리 동네 다 죽습니다.” 전국 각지 상인들의 절박한 외침이 봄바람을 타고 퍼지고 있다. 오는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지자체의 봄 축제가 도미노처럼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대목을 기다리던 소상공인들이 패닉에 빠졌다.
사태의 핵심은 공직선거법 제86조다. 이 조항은 선거일 전 60일 동안 지자체장 등 공무원이 주관하는 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후보자의 치적 홍보를 막겠다는 취지지만, 결과적으로 봄철 상권의 생명줄인 지역 축제의 숨통을 끊어버렸다.
예외적으로 경제 활성화 목적의 행사는 허용된다는 규정이 존재한다. 그러나 선관위의 해석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징계나 벌금을 무릅쓰고 축제를 강행할 실무자는 현실적으로 없다는 게 일선 공무원들의 하소연이다.
대구 18억 백지화·부산·강원 줄줄이 직격탄
피해 규모는 전방위적이다. 대구시는 매년 5월 개최해 5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끌어모으던 ‘파워풀 대구페스티벌’의 예산 18억 원을 아예 편성조차 하지 않고 행사를 완전히 백지화했다.
이 매머드급 행사가 사라지면서 일대 숙박업소와 식당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부산의 ‘금정산성축제’와 ‘광안리 어방축제’는 선거 이후인 가을로 연기됐고, 강원도는 매달 진행하던 전통시장 장보기 캠페인마저 잠정 중단했다.
일부 지자체는 선거법 위반 논란을 피하고자 초청 가수를 취소하고 행사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등 몸을 사리는 실정이다.
고유가 지원금 풀렸는데…소비할 ‘판’이 없다
정부가 고물가·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지급하며 억눌린 소비를 진작하려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정작 돈을 쓸 거대한 ‘판’이 사라지면서 정책의 엇박자가 심화되고 있다. 지원금 지급 시점에 맞춰 전국 각지에서 축제와 장터가 열렸다면 체감되는 내수 부양 효과가 훨씬 컸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더 심각한 문제는 축제 자체의 생명력이 소멸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지난해에는 산불·전염병·대선으로 멈췄던 축제가 올해는 지방선거로 또다시 열리지 못하면서, 행사 운영의 연속성이 끊어지고 지역 축제가 동력을 잃어버릴 위험에 처했다.
정치적 중립이라는 명분이 중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상인들의 생존권과 직결된 대형 지역 행사에 대해서는 공직선거법의 잣대를 보다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년 연속 봄 대목을 빼앗긴 전국 소상공인들의 분노가 이번 지방선거의 또 다른 뜨거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