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관세 직격탄 맞은 한국 가전
미국 시장 노린 전략, 재조정 불가피
월풀만 미소…반사이익 기대감 고조

철강을 둘러싼 미국의 새로운 조치가 세계 가전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삼성과 LG가 미국발 관세 폭탄에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반면, 그 틈을 타 월풀은 ‘미소 짓는 유일한 경쟁자’가 되고 있다. 한국 대표 가전업체들의 북미 전략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의 철강 관세, 한국 가전 정조준

미국 상무부가 이달 23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철강 파생 제품’ 고율 관세가 국내 가전업계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냉장고, 세탁기, 식기세척기 등 수출 주력 제품들이 대상에 포함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내 가격 인상은 물론 생산 거점 재편까지 검토 중이다.
미국은 제품에 들어가는 수입 철강의 비중에 따라 최대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으며 한국 가전업체 대부분은 멕시코, 베트남 등에서 제조 후 북미로 수출하기 때문에 피하기 어려운 구조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으로 수출한 금액은 지난해 기준 약 5조 원에 이른다. 철강이 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대형 가전의 경우 수익성 타격은 피할 수 없다.
월풀의 ‘반사이익’…웃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반면, 한국 가전업체의 경쟁사인 미국 가전 제조사 월풀은 이번 조치를 오히려 기회로 보고 있다. 미국산 철강 비중이 96%에 달하는 자국 중심의 생산 시스템 덕분이다.
마크 비처 월풀 CEO는 “미국 내 생산과 철강 수급이 앞으로 큰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관세 영향으로 경쟁사의 가격이 오를 경우 자사 제품 선택이 늘어날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경쟁 제품의 가격이 50~70달러가량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월풀이 시장 점유율을 키울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삼성·LG의 대응 시나리오…판가 인상·생산 이전

한편, 양사는 단기적으로는 판가 인상을, 중장기적으로는 생산지 조정을 통해 리스크를 줄인다는 전략이다.
LG전자 조주완 대표는 지난 4월 서울대 특강에서 “생산지를 바꾸거나 가격을 올리는 식의 대응이 먼저”라고 언급한 바 있다.
삼성전자도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프리미엄 제품 확대와 생산지 이전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LG는 미국 테네시 공장의 세탁기·건조기 생산 비중을 확대해 미국 내 대응 능력을 높일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 내부에서는 “발표 직후 곧바로 관세가 적용돼 대응 시간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미국 내 생산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고율 관세를 감당하는 건 쉽지 않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가전업계와의 공동 태스크포스를 꾸려 영향을 점검 중이며, 협상 가능성도 타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