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노는 게 돈 버는 길”… 올해 수익 몽땅 날릴 위기에 업계 ‘아비규환’

사망사고 나면 과징금 ‘직격탄’
법안 하나에 업계 줄도산 우려

새로 발의된 ‘건설안전특별법’이 건설업계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사망사고 발생 시 연매출의 3%까지 과징금을 물거나 최대 1년간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조항이 핵심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중소건설사부터 대형사까지 전반적인 사업 운영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경기 부진으로 흔들리는 업계에 새로운 규제가 더해지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3% 과징금’에 들끓는 건설업계

문진석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1인이 발의한 건설안전특별법은 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면서, 건설사업자·감리자·건축사 등을 대상으로 과징금과 영업정지,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사망사고가 나면 기업 매출의 3% 이내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최대 1년간 영업을 중지시킬 수 있다.

여기에 발주자·설계자·시공자·감리자가 안전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될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형도 가능하다.

과거에도 매출 기준 과징금을 부과하는 법안이 논의됐지만, 중대재해처벌법과의 중복, 과도한 처벌 수위 등의 논란으로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20년 김교흥 의원이 매출액의 3~5% 과징금을 명시한 법안을 발의했지만, 처리되지 못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법안이 구체화되면서, 업계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대한건설협회는 “연매출의 3%는 기업 생존을 좌우할 수준”이라며 “이미 여러 규제가 적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중 삼중의 부담만 더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설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3%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익 전부가 과징금으로 날아가는 셈이다. 협회는 “해당 공사의 계약금액이 아닌 전체 매출을 기준으로 벌금을 매긴다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건설현장에서는 아예 사업을 접겠다는 하소연까지 들린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사망사고는 당연히 없어야 하지만, 이익보다 과징금이 커질 수 있다면 현장을 돌릴 이유가 없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업계 인사는 “과징금 기준이 너무 포괄적이라 중소업체는 법 시행과 동시에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건설 현장 사망사고 여전… 줄어들 수 있을까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6월 21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산업재해 사망사고 현황’에 따르면 전체 사고사망자 137명 중 71명이 건설업 종사자였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사고가 증가했고, ‘떨어짐’ 사고가 전체의 45%를 차지했다.

고용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화재로 6명이 숨진 사고, 세종~안성 고속도로 교량 붕괴 사고 등 대형 참사를 언급하며 “상반기 내 집중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건설현장은 여전히 사고가 반복되고 있고, 이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발의된 건설안전특별법은 법안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지만, 산업계에선 그 충격파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반응이다.

경기 최악인데 규제까지… “올해 끝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건설경기 자체도 사상 최악 수준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7월 1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건설기성은 21.1% 감소해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건설기성은 진행 중인 공사 실적을 의미하는 지표다. 이는 기업의 매출과 직결되며, 동시에 고용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보고서에 따르면 건축허가 면적과 착공면적도 각각 20% 안팎 감소했으며, 원도급 공사 부진이 뚜렷했다. 지방 주택시장은 인구 감소와 수요 부족으로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어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실장은 “올해 상반기 건설 경기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암울한 수준”이라며 “정부가 신규 수요 창출에 나서지 않는다면 기업 연쇄 도산과 성장 정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안전사고 발생 시 대규모 과징금과 영업정지까지 가능해지면, 현장에서는 공사를 시작하지 않는 쪽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건설업계는 법안의 내용과 현실 간 괴리가 크다고 주장하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업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