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 팔 필요 없어졌다” … 원 프라이스 시대, 35년 묵은 관행 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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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흥정 없는 ‘원 프라이스’ 확산
딜러 경쟁 줄고 소비자 혜택은 고민
유통 구조 재편 속 반발도 만만찮아
원 프라이스
벤츠 매장 / 출처 = 연합뉴스

딜러마다 달랐던 차량 가격, 이젠 통일될까. 오랜 시간 ‘할인 전쟁’으로 소비자의 발품을 불러왔던 수입차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제 소비자는 어느 매장에서든 동일한 가격에 차량을 구매할 수 있고, 딜러는 치열한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게 됐다. 겉으로는 모두가 이득을 보는 구조처럼 보이지만, 그 속엔 치열한 생존 고민이 깔려 있다.

수입차 시장, ‘직접판매’로 방향 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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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뉴 3008 푸조 하이브리드 / 출처 = 푸조

지난 3일 스텔란티스 코리아가 선보인 ‘올 뉴 3008 푸조 하이브리드’에는 기존과는 다른 판매 구조가 적용됐다.

과거에는 딜러가 차량을 매입하고 재고를 관리하며, 가격도 자율적으로 책정했지만, 이제는 제조사가 직접 재고를 보유하고 가격도 일괄적으로 정한다. 딜러는 차량 판매만을 맡고, 판매당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이 변화는 스텔란티스만의 시도가 아니다. 혼다코리아는 2022년부터 온라인 판매와 함께 ‘가격 정찰제’를 전면 도입했고, 볼보, BMW, 폴스타 등도 온라인 판매를 확장하며 전시장 간 가격 차를 없애고 있다.

벤츠코리아는 내년 2분기부터 직접 판매 체제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전국 어디서나 같은 조건의 프로모션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국내 딜러사와의 협의를 통해 한국 시장에 적합한 판매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원 프라이스’ 시대, 소비자에겐 유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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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란티스 / 출처 = 연합뉴스

제조사가 가격을 통제하고 딜러의 경쟁이 줄어들면서 소비자는 더 이상 여러 전시장을 돌아다니며 흥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하지만 ‘가장 싸게 사는 법’이 사라지면서, 체감할 수 있는 가격 혜택은 줄어들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시장 정보 차이로 인해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비자도 있다”며, “모든 고객이 동일한 가격에 차량을 구매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스텔란티스가 도입한 ‘안심 가격 보장제’ 역시 같은 맥락으로, 정가보다 싸게 판매한 사례가 나오면, 기존 고객에게 차액을 보전하는 제도다.

다만 업계 내부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딜러사의 한 관계자는 “수익 분배가 명확하다면 장기적으로는 부담이 줄겠지만, 결국 가격 인하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유통 구조 재편에 따른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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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 출처 = 연합뉴스

딜러 간 할인 경쟁은 수익성을 갉아먹으며 수입차 시장 전반에 부작용을 초래해왔다. 수입차 판매가 본격화한 1990년대 이후 이어진 이 관행은 중고차 시장의 감가율을 높이고, 딜러사의 생존을 위협해왔다.

유통 구조 전환은 시장의 필연적인 흐름으로 보이지만 구조조정과 수수료 개편이라는 현실 앞에서 딜러사들은 긴장하고 있다.

일부 대형 딜러는 이미 거액을 투자한 상태로, 제조사의 직접판매 전환을 ‘일방적 밀어붙이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동안 소비자와 딜러 모두에게 복잡하고 때로는 불합리했던 수입차 유통 구조. 이제는 가격 통일과 온라인 판매, 제조사 직판이라는 변화 속에서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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