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앞세워 반전에 성공
SUV와 제네시스로 미국 공략
트럼프 관세 변수 속 견고한 질주
“엑셀 한 대로 시작한 도전이 3000만 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가 1986년 미국 땅을 처음 밟은 지 39년. 이제 두 브랜드의 누적 판매량은 3000만 대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전기차와 SUV, 그리고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까지 다각화된 라인업이 북미 시장에서 성과를 올리며,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안에 이 역사적인 이정표를 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땅 밟은 지 39년… ‘3000만 대 고지’ 눈앞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2월 말 기준, 미국 시장에서 총 2930만3995대를 판매했다고 24일 밝혔다. 현대차가 1711만6065대, 기아가 1218만7930대를 각각 기록했다.
이 속도라면 올해 중순 이전에 3000만 대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의 미국 진출은 1986년, 울산공장에서 생산된 ‘엑셀’을 수출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1992년에는 기아가 미국 법인을 세우고, 1994년부터 ‘세피아’를 통해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초기에는 수출 위주였지만, 운송비 부담과 시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양사는 미국 현지에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현대차는 2005년 앨라배마에 첫 공장을 가동했고, 기아는 2010년 조지아 공장을 완공하며 현지 생산 체제를 본격화했다.
SUV·전기차로 미국 시장 공략… “2025년까지 질주 계속된다”
최근엔 SUV와 전기차 등 수익성이 높은 차종의 판매가 두드러진다. 가장 많이 팔린 현대차 모델은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로 388만 대에 이른다.
쏘나타(342만 대), 싼타페(238만 대), 투싼(187만 대)도 꾸준히 판매 중이다. 기아에선 쏘렌토가 183만 대로 가장 많았고, 스포티지·쏘울·K5가 그 뒤를 이었다.
특히 SUV의 존재감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미국 SUV 판매량은 128만4066대에 달했다. 전체 판매의 75% 이상이 SUV였다.
전기차 성장세도 가파르다. 2014년 기아 쏘울 EV로 시작된 전기차 라인업은 2021년부터 본격적인 성장을 보였다.
2022년에는 E-GMP 플랫폼 기반의 아이오닉 5, EV6 등 신차 출시로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2023년에는 9만4340대, 2024년엔 12만3861대가 팔리며 전기차 비중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전기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차 생산도 강화해 빠르게 변하는 미국 시장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제네시스로 프리미엄 시장 공략… 관세 리스크엔 ‘현지화’로 대응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도 미국 내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2016년 데뷔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고, 지난해엔 GV70와 GV80의 인기에 힘입어 처음으로 연간 7만5003대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입증했다.
품질도 인정을 받고 있다. 북미 올해의 차 수상 기록만 5년간 4개 차종이다. 2020년 텔루라이드, 2021년 아반떼, 2023년 EV6, 2024년 EV9이 선정되며 기술력도 주목받았다.
하지만 순풍만 불고 있는 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부상하면서 수입차 관세 이슈가 재점화될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맞서 현지 생산 확대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오는 26일에는 미국 조지아에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친환경차 전용 공장의 준공식을 연다. 이곳에서는 전기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차량도 생산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HMGMA는 앞으로 북미 친환경차 시장 공략의 핵심 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