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 vs M135, 두 얼굴의 1시리즈
디지털 속에 살아난 감성
‘i’ 없는 BMW, 이름부터 달라졌다

디젤은 사라졌고, 감성은 살아났다. BMW가 신형 1시리즈를 통해 자동차의 본질에 다시 묻고 있다.
작고 실용적인 해치백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단 두 가지 트림으로 브랜드 철학의 전환점을 찍는다. 단지 모델 체인지가 아니라, BMW가 앞으로 어떤 ‘운전’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상징하는 첫걸음이다.
연비 대신 몰입, 1시리즈의 전환 선언

2025년형 4세대 1시리즈는 국내 시장에 단 두 가지 트림으로만 출시된다. 디젤은 과감히 제외됐고, 이제 가솔린 기반의 120과 고성능 M135 xDrive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120 트림은 1.5리터 3기통 터보 엔진에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결합해, 일상 주행에서 정숙함과 효율을 함께 잡는다. 반면 M135 xDrive는 최고출력 312마력을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4.9초 만에 도달하는 폭발적인 퍼포먼스를 자랑한다.
두 모델 모두 ‘작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담았고, 성격은 극명하게 갈린다. BMW는 트림 수를 줄이는 대신 감성과 성능의 선을 명확히 그어 브랜드 메시지를 더욱 뚜렷하게 전달한다.
실내는 디지털과 감성의 조화

외형이 진화했다면, 실내는 진화 그 이상이다.
커브드 디스플레이에는 최신 BMW OS9가 탑재되어 있고, 영상 스트리밍과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기능도 지원한다. 송풍구는 시야에서 사라졌고, 정교한 스티치와 앰비언트 라이트가 조화를 이루며 감성적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M135 트림에는 가상의 배기음을 출력하는 ‘아이코닉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된다. 저회전에서는 묵직한 울림을, 고회전에서는 스포티한 배기음을 들려주며 운전의 몰입을 극대화한다.
크기와 가격, 그 너머의 가치

신형 1시리즈는 전장 4,361mm, 휠베이스 2,670mm로 소폭 커졌고, 실내 공간도 더욱 여유롭다. 트렁크는 기본 380리터에서 최대 1,200리터까지 확장되며, 2열 시트는 40:20:40 폴딩이 가능하다.
예상 가격은 5,300만 원대로 국산 준대형 세단의 풀옵션과 유사한 수준이지만, BMW는 브랜드 감성, 주행 정교함, 고급 내장재, 디지털 경험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단순 비교는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단지 가격표보다, 차가 전하는 총체적 경험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이름에서도 느껴지는 변화

BMW는 이번 신형 1시리즈를 통해 보여준 철학을 전 모델에 확대 적용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전기차 작명 방식의 변화다. BMW는 최근 ‘i’ 접두어를 점차 없애고, 전기차를 기존 모델명에 통합시키는 방식으로 전환 중이다.
i3, iX3, iX 같은 네이밍은 점점 사라지고,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동등한 라인업으로 취급된다. 기술이 아니라 ‘운전의 경험’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이러한 변화는 BMW뿐 아니라 벤츠(EQ 폐지), 폭스바겐(ID 폐지 예정), 아우디(번호 구분 철회) 등 독일 프리미엄 3사 전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기차가 ‘특별한 무엇’이 아닌 ‘기본’이 되는 시대, 이름부터 철학이 바뀌고 있다.
1시리즈로 말하는 BMW의 진짜 메시지

이번 2025년 신형 1시리즈는 늘 하던 해치백의 출시가 아니다. 이는 BMW가 어떤 ‘운전’을 지향하는지, 그리고 브랜드가 향후 어떤 감성과 철학으로 나아갈지를 드러내는 상징적 출발점이다.
연료가 아니라 감정, 효율이 아니라 몰입, 속도를 넘어선 감각까지 BMW 1시리즈는 운전의 즐거움을 다시 꺼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