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에 손 턴 현대차
‘올라’에서 손 뗀 대신
인도를 수출 기지로 키운다

현대차와 기아가 인도 전기스쿠터 시장에서 급성장하던 ‘올라 일렉트릭’의 지분을 모두 처분하며, 인도 이륜 전기차 투자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불과 6년 전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던 이들의 빠른 후퇴는 시장 불확실성과 경영 악화라는 냉혹한 현실을 반영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올라에서 철수…전기스쿠터 전략 수정

현대차는 최근 인도 전기 이륜차 업체 올라 일렉트릭의 지분 2.47%(1억3600만 주)를 약 888억 원에 매각했다.
기아 역시 별도 거래를 통해 2717만 주를 처분하며 투자 회수에 나섰다.
2019년 현대차는 약 143억 원을 들여 올라 일렉트릭의 지분을 확보하고, 모회사 올라에도 2800억 원에 이르는 투자를 했다.
올해 들어 올라 일렉트릭은 2500억 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고, 치열해진 경쟁과 위축된 수요까지 겹치며 경영난이 심화됐다. 이 같은 흐름 속에 현대차는 더는 버티지 않고 지분을 정리하는 쪽을 택했다.
업계 관계자는 “빠르게 변하는 인도 전기차 시장에서 지속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손실이 확대되기 전 지분을 정리한 결정은 선제적인 방어 조치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인도는 여전히 기회의 땅

전기스쿠터 시장에서는 발을 뺐지만, 오히려 현대차는 인도를 한국 못지않은 전략적 수출 거점으로 재정비하고 있다.
현대차 인도법인(HMIL)은 올해부터 제너럴모터스에서 인수한 푸네공장 가동을 시작하며, 연간 100만 대 생산체제를 완성한다. 이 공장들은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 신흥시장으로의 수출 전초기지가 될 예정이다.
김운수 현대차 인도법인 대표는 “인도는 수출과 생산 모두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며 “2026년 회계연도에는 수출이 7~8%가량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현지화 전략도 강화된다. 올라 대신 현대차는 전기 삼륜차 및 초소형 전기차 등 ‘마이크로모빌리티’ 개발에 집중한다.
이동성과 친환경을 모두 겨냥한 전략으로, TVS 모터 등 인도 업체와 협업해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주가 고공행진…현지 법인 IPO도 탄력

이 같은 흐름에 힘입어 현대차 인도법인의 주가는 최근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25일 주당 2147루피까지 치솟았으며, 최근 일주일 사이 약 10% 상승했다. 인도 증시의 강세와 현지 실적 개선이 맞물린 결과다.
현대차는 IPO를 통해 인도법인 지분 일부(17.5%)를 시장에 내놨고, 현재 82.5%를 보유 중이다. 주가가 오를수록 현대차의 지분가치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루피화 강세와 유가 안정이 이어질 경우 외국인 자금이 더 유입될 것”이라며, “하반기 인도 증시는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전기 삼륜차와 수출 전략을 앞세운 새로운 행보가 인도 내 존재감을 더욱 공고히 다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