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고 특장차 새출발
현대차 라인은 멈췄다
트럭 시장, 왜 식었나

기아는 새 봉고를 꺼냈고, 현대는 포터 생산을 멈췄다.
비슷한 시기, 전기 특장차를 앞세운 두 제조사의 행보는 정반대로, 누군가는 출발선에 섰고, 누군가는 브레이크를 밟았다.
기아는 전기 봉고 기반의 특장차 라인업을 시장에 내놓으며 반전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한편 현대차는 판매 부진 여파로 주력 트럭 생산라인을 멈추는 초유의 결정을 내렸다.
중소형 트럭 시장의 균열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과연 이 싸움의 승자는 누가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아, 봉고 EV 특장차로 귀환

기아는 6월 16일, ‘The 2025 봉고 III EV 특장차’의 판매를 시작했다.
지난 4월 출시된 전기 봉고를 기반으로 냉동탑차, 내장탑차, 윙바디, 양문형 미닫이탑차, 파워게이트 등 실사용 환경에 맞춘 특장 모델로 구성됐다.
기아는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제품 개선에 적극 반영했다. 급속 충전 시간은 기존 47분에서 32분으로 줄었고, 에너지 밀도가 높아진 배터리 셀이 적용됐다. 또한, 야간 작업이 많은 현장에서는 LED 조도의 향상이 빛을 발한다.
여기에 파워게이트는 내구성과 마감 품질이 개선되어 녹슬거나 긁히는 일이 줄었으며, 단순한 연식 변경이 아닌 ‘현장 중심 개량’이라는 점이 돋보인다.

가격은 모델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냉동탑차는 약 6,290만 원대부터 시작하며, 내장탑차는 4,800만 원대 중반에서 5,000만 원 초반 수준이다. 윙바디는 수동식이 약 5,080만 원, 전동식은 5,230만 원이며, 양문형 미닫이탑차는 대략 5,000만 원 전후다. 파워게이트는 4,900만 원 초반으로 책정됐다.
기아 관계자는 “실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특장차 사용자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을 담아냈다”며, “소형 트럭 시장을 다시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현대차는 왜 생산을 멈췄나

같은 시기, 현대차는 정반대의 결정을 내렸다. 대표 트럭 포터의 생산을 중단한 것이다. 울산 4공장 2라인은 6월 18일부터 7월 2일까지 가동을 멈추며, 시간당 생산량도 기존 28.5대에서 19.5대로 줄였다.
배경은 판매 부진으로 보인다. 올해 1~5월 포터는 전년 동기보다 26.6% 줄어든 2만 4,027대가 판매됐다. 전기 포터는 4,383대가 팔렸고, 이는 전년 대비 3.2% 감소. 내연기관 모델은 30% 이상 하락했다.
기아 봉고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같은 기간 1만 5,051대가 판매되며 21.6% 줄었다. 이에 양사는 잇따라 생산 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전기차로의 전환은 시작됐지만, 소비자의 니즈를 읽지 못한 채 ‘연식만 바꾸는 전략’에 그친 게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트럭 시장, ‘디젤의 유령’이 배회 중

문제는 단순한 경기 침체 때문만은 아니다. 시선을 중고차 시장으로 돌려보면, 소비자들의 진짜 선택이 드러난다.
포터2와 봉고3의 디젤 모델은 이미 단종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중고차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연비와 출력, 내구성 면에서 쌓인 신뢰가 쉽게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신차 시장에는 더 이상 디젤 모델이 없다. 선택지는 전기차와 LPG뿐인데, 현실은 아직 그들을 완전히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나 LPG 트럭은 주행거리, 충전 인프라 모두 부족하다”며, “소상공인들이 다시 디젤 중고차로 눈을 돌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봉고는 시장의 균열 틈을 노린다

이번 기아의 봉고 EV 특장차 출시는 단순히 ‘전기차를 또 하나 냈다’는 차원이 아니다. 시장의 이면, 소비자의 현실을 반영하려는 시도로 예측되고 있다.
기아는 ‘충전이 빠르고, 밤에도 밝고, 쓰기 편한’ 트럭을 만들었다. 기술이 아닌 실용성. 홍보가 아닌 현장감. 그것이 지금 소비자가 요구하는 것이라는 판단이다.
현대차의 특장차 생산이 멈춘 날, 기아는 새 봉고를 꺼냈다. 트럭 시장의 해답은, 다시 ‘누가 진짜로 일할 수 있는 차를 만들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