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가 가격표를 자신 있게 꺼냈다. 2027년형 텔루라이드 하이브리드의 미국 공식 시작가는 EX FWD 트림 기준 4만8035달러(약 6,980만 원)로, 동일 트림 가솔린 모델보다 2700달러(약 390만 원) 높다.
적잖은 가격 인상이지만, 최근 판매 흐름을 보면 기아의 자신감은 숫자로 충분히 뒷받침된다.
2026년 2월, 텔루라이드는 미국 시장에서 1만3198대를 판매하며 월간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전년 동월(9599대) 대비 68.7% 급증한 수치다. 하이브리드 모델이 본격 공급되기도 전, 가솔린 모델만으로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6년 연속 ‘카앤드라이버 10 베스트’…검증된 모델의 자신감
텔루라이드는 북미 시장에서 꾸준히 신뢰를 쌓아온 모델이다. 카앤드라이버 선정 ’10 베스트’에 6년 연속 이름을 올렸고, 지난해 미국에서만 11만5504대가 팔렸다.
올해는 약 17만7000대가 예상된다. 3열 미드사이즈 SUV 세그먼트에서 기아의 핵심 차종으로 확고히 자리 잡은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텔루라이드는 이미 가격 이상의 브랜드 신뢰를 쌓아온 모델”이라며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추가가 오히려 구매 이유를 더 늘려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아 미국법인 에릭 왓슨 부사장 역시 “텔루라이드가 기아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329마력에 한 번 주유로 966km…토요타와 정면승부
2027년형 텔루라이드 하이브리드는 2.5리터 터보 엔진과 두 개의 전기모터를 결합한 파워트레인을 탑재했다. 최고출력 329마력, 최대토크 46kgm로 가솔린 모델보다 55마력 강하다. 미국 기준 연비는 EX FWD 18인치 휠 기준 35mpg(약 13.7km/L)이며, 한 번 주유로 약 966km 주행이 가능하다.
트림 구성은 EX FWD(4만8035달러)부터 최상위 X-Line SX-P AWD(5만9135달러)까지다. 이는 가솔린 텔루라이드와 순수 전기 SUV EV9(5만6545달러~) 사이의 가격대를 메우며 기아 북미 라인업의 빈칸을 채우는 전략적 포지셔닝이기도 하다.
직접 경쟁 상대는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입지가 탄탄한 토요타 그랜드 하이랜더 하이브리드다. 텔루라이드가 앞세우는 경쟁 우위는 3열 공간, 승차감, 편의 사양에서의 높은 평가다.

조지아 공장 생산…관세 리스크를 현지화로 차단
텔루라이드 하이브리드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생산 거점이다. 이 모델은 기아 최초로 미국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공장에서 직접 생산되는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차 관세 정책이 업계 전반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지 생산은 관세 영향을 원천 차단하는 사실상 유일한 해법이다.
기아는 조지아 공장 누적 생산 500만 대 달성과 함께 텔루라이드 하이브리드 생산을 동시에 개시했다. 기아 북미 CEO 윤승규는 “기아의 역사와 미래 방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이정표”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현지 생산 없이 하이브리드 모델을 이 가격대로 유지하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기아의 북미 판매 흐름도 심상치 않다. 2026년 1~2월 누적 판매에서 기아(13만507대)는 현대차(12만1301대)를 두 달 연속 추월했다.
기아 전체 판매의 72.9%가 SUV이며, 하이브리드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53% 성장했다. 텔루라이드 하이브리드가 본격 공급 궤도에 오르면 이 수치는 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전망이다.
가격 인상을 감수하고도 살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낸 것, 그것이 2027년형 텔루라이드 하이브리드의 핵심 전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