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연산용 GPU가 빨아들이는 전력량이 글로벌 산업계의 핵심 과제로 부상한 가운데, 국내 전력기기 전문 기업 효성중공업이 차세대 핵심 장비를 앞세워 수십조 원 규모의 글로벌 시장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단순 장비 납품을 넘어 데이터센터 전력망 전체를 통합 공급하는 ‘패키지 수주’ 전략이 업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기존 데이터센터는 발전소에서 공급되는 고압 교류 전기를 GPU 서버가 사용하는 저압 직류 전기로 바꾸기 위해 초고압변압기·무정전 전원장치(UPS)·정류기 등 대형 설비를 줄줄이 배치해야 했다.
각 변환 단계마다 누적되는 전력 손실과 거대한 전기실 점유 공간은 데이터센터 운영 효율을 갉아먹는 구조적 약점으로 꼽혀왔다.
효성중공업이 2022년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22.9kV 1.05MVA급 반도체 변압기(SST)는 이 다단계 구조를 단일 장비 하나로 대체한다. 전력반도체를 활용해 교류 변압과 직류 정류를 하나의 시스템에서 동시에 처리하는 방식으로, 기존 변전 설비가 차지하던 공간을 고밀도 서버룸으로 전환하고 전력 손실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기술적 핵심이다.

시장조사기관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시장 규모는 2026년 275억 달러에서 2031년 385억 달러(약 53조 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2030년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2025년 대비 약 두 배 수준으로 급증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어, 전력 인프라 전반의 고도화 수요가 구조적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효성중공업은 이에 대응해 오는 5월 초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북미 최대 전력·송배전 전시회 ‘IEEE PES T&D’에 독자 개발한 SST 서브 모듈을 출품하며 글로벌 고객 레퍼런스 확보에 본격 착수한다.
2018년 국책 과제로 기술력 축적을 시작한 이래 2022년 초기 모델 개발을 완료했으며, 현재는 더 높은 전압에 대응하는 고도화 모델 실증을 병행하며 상용화 라인업을 순차적으로 넓히고 있다.
15조 수주 잔고 위에 SST 얹는다…패키지 수주 전략의 파괴력
업계에서는 SST의 진정한 경쟁력이 단품 공급이 아닌 통합 패키지 수주에서 발현될 것으로 분석한다. 15조 원을 넘어선 기존 수주 잔고의 근간인 초고압변압기·에너지저장장치(ESS) 공급 역량에 SST 기술을 결합하면, AI 연산 과정의 급격한 전력 부하 변동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면서 동시에 ESS로 안정적인 전력망을 운영하는 통합 솔루션 제공이 가능해진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전략이 전력 인프라 전체를 단일 공급자에게 맡기려는 글로벌 빅테크의 수요와 맞아떨어질 경우 수주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바라본다. 다만 상용화 일정과 글로벌 경쟁사 대비 실증 레퍼런스 확보 속도가 실질적인 수주 성과를 가늠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