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 100m에 사이버 룸살롱 버젓이”…국가 인정 유해시설, 법이 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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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사이버렉카 등 세무조사 착수…유해콘텐츠 정조준
BJ·사이버렉카 등 세무조사 착수…유해콘텐츠 정조준 / 연합뉴스

학교 앞 200m, 아이들이 매일 오가는 통학로가 성인 방송 스튜디오의 무대가 됐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초등학교에서 직선거리 불과 100m 떨어진 건물 지하에 이른바 ‘사이버 룸살롱’으로 불리는 엑셀방송 전문 스튜디오가 버젓이 운영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엑셀방송이란 여러 여성 BJ를 출연시켜 선정적인 춤과 자극적인 행동을 유도한 뒤, 후원금 순위를 엑셀 문서처럼 정리해 보여주는 방식의 인터넷방송이다. 문제의 A기획사는 2025년 3월 설립됐으며, 자체 블로그를 통해 10개 이상의 방송팀이 스튜디오를 거쳤고 일부 팀은 매회 1억 원이 넘는 수익을 올린다고 홍보하고 있다.

국세청은 이미 2025년 선정성이 높은 엑셀방송을 “사회규범을 어지럽히고 건전한 법질서를 위배하는 유해 콘텐츠”로 규정하고 공식적으로 ‘사이버 룸살롱’이라 명명했다. 국가 기관이 유해성을 인정했음에도 이를 막을 구체적인 법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법은 있지만 막을 수 없다…규제 사각지대의 민낯

강남구는 4월 23일 경찰·교육청·학교 관계자와 합동점검을 실시했지만, 그 결과는 허탈했다. 건물 밖 흡연 자제와 BJ들의 외출 복장 주의 요청이 조치의 전부였고, 강제성은 전혀 없다.

별풍선' 위해 성범죄 저지른 BJ…'사이버 룸살롱' 비판 확산 - 뉴스1
별풍선’ 위해 성범죄 저지른 BJ…’사이버 룸살롱’ 비판 확산 – 뉴스1 / 뉴스1

현행 교육환경법은 학교 경계 직선 200m 이내를 교육환경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유해 영업행위를 제한하지만, 해당 기획사는 ‘스튜디오 대여업’으로 등록돼 제한 업종 목록에 해당하지 않는다.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 유해업소 역시 밀폐된 공간이 확인돼야 하는데, 개방형 스튜디오 구조를 이유로 적용이 불가하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강남구 관계자는 “규정이 애매모호하니 또 다른 조처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학부모들의 분노

5학년 학생은 유명 BJ가 해당 건물에서 방송한다는 소문을 이미 듣고 있었고, 6학년 학생은 흡연하는 BJ들을 직접 찍은 사진을 기자에게 건네며 “화장을 진하게 한 남녀가 담배 피우는 모습을 여러 번 봤다”고 전했다. 한 학부모는 아이가 “저 언니는 왜 이렇게 짧게 입고 다니냐”고 물었을 때 “더워서 그렇다”고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BJ 출연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뇌와 심리가 발달 중인 초등학생에게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법적 규제가 문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가 기관이 유해성을 공식 인정한 콘텐츠 제작 공간이 교육환경 보호구역 안에서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은, 현행 법체계가 빠르게 진화하는 디지털 산업 구조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아이들의 통학로를 지키기 위한 실질적 법 개정 논의가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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