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 임대차 시장에서 집주인이 세입자를 골라 받는 이른바 ‘전세 면접’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전세 매물이 2년 새 반토막 나면서 시장의 주도권이 완전히 임대인에게로 넘어간 결과다.
매물 반토막, 경쟁률은 두 배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024년 4월 3만750건에서 2026년 4월 1만5427건으로 49.9% 급감했다.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만 절반으로 줄면서 세입자가 체감하는 경쟁 강도는 약 1.83배로 치솟았다.
전세 시장 위축은 월세 시장 팽창으로 직결됐다. 올해 1~2월 누계 기준 전국 임대차 시장 내 월세 비중은 68.3%로 5년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서울은 70.3%에 달했다.

신규 전세 계약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기존 계약을 연장하는 갱신 비중도 높아졌다. 올해 1월~3월 서울 전월세 거래 5만4446건 중 갱신 계약은 2만6117건으로 전체의 48%를 차지했다.
집주인의 5대 ‘암묵적 체크리스트’
전세 매물 귀해지자 집주인들의 세입자 심사 기준이 노골적으로 까다로워졌다. 현장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어린 자녀를 둔 가구와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가장 먼저 걸러지고, 내부 훼손 우려가 없는 맞벌이 신혼부부가 최우선 순위를 받는다.
전세 자금 대출이나 반환 보증보험 가입처럼 임대인의 협조가 필요한 조건을 요구하는 세입자도 후순위로 밀린다. 더 심각한 것은 전세 사기 예방을 위해 법으로 보장된 임차인의 납세증명서 요구권마저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점이다.

집주인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한다며 서류 요구 즉시 다른 대기자와 계약해 버리기 때문에, 법적으로 보장된 세입자의 자기방어권이 시장의 수급 불균형 앞에서 공문화(空文化)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관례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공백의 명증이다.
규제가 낳은 역설…서민 주거 불안 심화
매물 급감의 근본 원인은 2025년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함께 2년 실거주 의무가 부여된 것이다. 집주인들이 직접 거주해야 하는 상황이 늘면서 시장에 나올 전세 매물이 사전 차단됐다.
늘어난 보유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기 위한 월세 전환 가속화도 전세 공급 감소를 부채질했다. 청년안심주택 민간임대 경쟁률이 1년 전 91.6대 1에서 현재 160대 1로 치솟은 것은 공급 부족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세입자를 보호하겠다는 명분으로 쏟아낸 규제들이 오히려 공급을 틀어막으면서 서민들의 주거 불안을 가중하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생계형 다주택자 등에 대한 선별적 접근과 도시형생활주택 등 단기 공급이 가능한 비아파트 부문의 공급 유연화가 시장 안정의 핵심 처방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