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르세데스-벤츠가 전기차 배터리 단일 공급망의 약점을 끊어내는 초강수를 뒀다. 지난 4월 20일 서울에서 삼성SDI와 약 68억 달러(약 10조 원) 규모의 차세대 전기차용 하이니켈 NCM 각형 배터리 장기 공급 계약에 전격 서명한 것이다.
이 계약은 단순한 부품 조달 협약이 아니다. 실적 추락으로 궁지에 몰린 벤츠가 생존을 위해 빼든 공급망 재편 카드이자, 한국 배터리 업계가 ‘수요 절벽’을 돌파하는 분수령으로 업계는 읽고 있다.
1년 만에 반토막 난 영업이익의 충격
벤츠가 이토록 다급하게 움직이는 배경에는 참담한 성적표가 자리한다. 2025 회계연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7% 증발했고, 핵심 시장인 중국에서의 판매량은 21% 급감했다.
여기에 무역 갈등으로 인한 12억 달러 규모의 관세 폭탄까지 얻어맞으며 경영진의 위기의식은 최고조에 달했다. 결국 벤츠는 2027년까지 전체 재료비를 8% 삭감하는 고강도 비용 절감 전략을 가동했고, 이번 계약은 그 핵심 실행 카드다.
극한의 원가 절감 압박 속에서도 벤츠는 저렴한 중국산 LFP 배터리와 타협하지 않았다. 대중 브랜드들이 찻값을 낮추기 위해 앞다퉈 LFP를 탑재하는 흐름 속에서, 벤츠는 2028년형 차세대 중소형 전기 SUV와 쿠페 라인업에 삼성SDI의 고성능 하이니켈 NCM 배터리 장착을 굳건히 고집했다.
!["중국산 LFP 타협 안 한다"…벤츠, 삼성SDI와 10조 원 계약 전격 체결 '배터리 동맹' 2 특징주] 삼성SDI, 벤츠 전기차 배터리 공급 소식에 장중 신고가](https://www.reportera.co.kr/wp-content/uploads/2026/04/yna_EC82BCEC84B1SDI_20260425_023330.jpg)
주행거리와 열 관리 성능을 극대화해 럭셔리 세그먼트로서의 기술적 우위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회장은 “배터리는 모델 전체에 들어가기 때문에 글로벌 공급업체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며 “한국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더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SDI, 독일 프리미엄 3사 완전 석권
삼성SDI 역시 이번 계약으로 BMW, 아우디에 이어 벤츠까지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 3사를 모두 단골 고객사로 확보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칼레니우스 회장의 2025년 11월 서울 회동이 불과 5개월 만에 조 단위의 결실로 이어진 것이다.
나아가 양사는 2027년 하반기 울산 거점 양산을 목표로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협력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배터리 업계가 삼원계 고부가가치 기술력으로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의 주도권을 확고히 쥐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가 절감 혜택은 소비자 지갑을 비껴간다
그렇다면 이 천문학적 공급망 개편이 실제 소비자의 지갑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까. 냉정하게 말해 이번 10조 원 계약이 저렴한 벤츠 전기차의 탄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제조사의 비용 절감 전략은 곤두박질친 이익 마진을 방어하기 위한 방패일 뿐, 신차 가격표를 낮춰주는 자선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기차 생산 원가의 40% 가까이를 배터리 팩이 차지하는 구조적 한계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으며, 합리적인 가격의 수입 전기차를 기다려온 소비자라면 다른 대안을 찾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벤츠와 삼성SDI의 이번 10조 원 동맹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기술 자존심을 지키면서 공급망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정교한 생존 전략이다. 소비자의 직접 혜택보다는 럭셔리 전기차 시장의 기술 경쟁 구도를 한층 더 공고히 하는 거대한 판 짜기로 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