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이틀 전인 6월 23일, 코스피는 단 하루에 910포인트가 빠지는 ‘검은 화요일’을 기록했다. 그런데 6월 25일, 같은 지수가 장중 5%대 급등하며 9,000선 재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극적인 반전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였다.
25일 오전 9시 22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58.97포인트(5.42%) 오른 8,929.99를 기록했다. 상승 폭이 워낙 가팔라 오전 9시 7분에는 프로그램 매수호가 일시 효력정지, 이른바 ‘매수 사이드카’까지 발동됐다.
마이크론, 컨센서스 대폭 상회한 ‘깜짝 실적’
이날 급등의 핵심 촉매는 전날 밤(미국 시각) 공개된 마이크론의 2026 회계연도 3분기(3~5월) 실적이다. 마이크론의 해당 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5.7% 급증한 414억6,000만 달러(약 64조 원)에 달했다. 영업이익률은 81.2%로 전 분기보다 10%포인트 이상 뛰었고,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25.11달러로 월가 컨센서스인 20.78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다음 분기(6~8월) 매출 가이던스를 시장 예상치(약 436억 달러)를 훌쩍 넘는 500억 달러로 제시하면서, 시장 일각에서 제기해 온 ‘반도체 업황 피크 아웃’ 우려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에 마이크론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15% 이상 급등했고, 이 훈풍이 이튿날 한국 증시로 곧장 전이됐다.
‘장기 계약·선급금’…메모리 슈퍼사이클 서사를 강화하다
실적 발표와 함께 열린 컨퍼런스콜 내용도 시장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마이크론은 3~5년 장기 계약 16건 체결, 계약 14건 기준 누적 매출 전망 1,000억 달러, 선급금 약 220억 달러 수령 예정, 그리고 타이트한 메모리 수급이 2027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들은 메모리 업체의 실적 안정성을 구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요인”이라며 “이번 주 초반 폭락을 겪었던 한국 등 주요국 증시의 투자 심리를 호전시켜주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마이크론의 장기 계약 모델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도 유사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삼성·하이닉스 시총 각각 2,000조 원 재돌파…그러나 외국인은 ‘5연속 매도’
마이크론 효과는 국내 메모리 대표주로 즉각 연결됐다. 삼성전자가 4.85%, SK하이닉스가 8.91% 상승하며 두 종목의 시가총액이 각각 다시 2,000조 원을 돌파했다. 삼성물산(+14.02%), SK스퀘어(+6.53%), 삼성생명(+6.47%) 등 계열 연관주도 동반 급등했고, 업종별로는 전기·전자(+6.03%), 유통(+10.07%), 증권(+5.47%) 등이 강세를 보였다.
다만 수급 구도는 복잡한 면이 있다. 이날 개인과 기관이 각각 약 3,139억 원, 6,231억 원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은 약 9,913억 원을 순매도하며 5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이어갔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도 전일 대비 1.2원 오른 1,543.0원으로 출발, 지수 급등에도 원화 약세 흐름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시장에서 주목하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