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조 원을 쏟아부어 5조 원을 건졌다. 정부가 2025년 집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성적표가 공개됐다. 단기 소비 진작에는 합격점을 받았지만, 투입 재정의 절반도 회수되지 않는다는 냉혹한 숫자가 동시에 확인됐다.
0.433의 의미…넛지가 지갑을 열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2026년 5월 7일 발표한 실증분석 결과에 따르면, 소비쿠폰 1원 집행당 지역 소상공인 실질 매출은 0.433원 추가 상승했다.
신한·삼성 등 국내 6개 주요 카드사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로, 총 13조 5,200억 원의 쿠폰이 약 5조 8,600억 원의 순소비 증대 효과를 낳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 수치는 기존 현금성 재정사업의 평균 효과계수(0~0.33)를 30% 이상 웃도는 결과다. 기한과 사용처를 제한한 쿠폰 설계가 저축으로 새는 자금을 원천 차단하는 이른바 ‘넛지(Nudge)’ 전략으로 작용한 셈이다.
업종별로는 음식점과 종합소매업 등 생활밀착형 소비에서 전체 효과의 49.6%가 발생해, 골목상권 보호라는 정책 취지를 수치로 입증했다.
투입 대비 43%…가성비 논쟁에 불 붙다
단기 성과 이면에는 재정 효율성 논란이 자리한다. 13조 5,200억 원을 투입해 창출한 추가 소비는 5조 8,600억 원으로, 투입 대비 효과율은 43.4%에 그친다. 조세연 분석에서는 이번 재정이 세수 확대를 통해 국고로 회수되기까지 약 25년 10개월이 소요된다고 분석했다.
조세연 측은 “회수가 영원히 불가능한 SOC 사업도 많다”며 손익분기점 도달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도로나 교량 같은 SOC 투자가 수십 년간 국가 생산성 자체를 끌어올리는 자산으로 남는 것과, 몇 개월 만에 소멸하는 소비쿠폰에 동일한 회수 논리를 적용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분석한다.
취약계층 72% vs. 전체 평균 34%…정책의 교훈
이번 데이터가 향후 정책 설계에 던지는 함의는 명확하다. 전 국민 평균 소비 전환율은 34.7%에 머문 반면, 취약계층 밀집 지역에서는 72.6%로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지원금이 가처분소득 여력이 부족한 계층에 집중될수록 즉각적인 소비로 전환된다는 사실이 실증 데이터로 확인된 것이다.
응답자의 60% 이상이 ‘소득별 차등 지급’을 선호한다는 설문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시장에서는 향후 정치권의 지원금 논의가 전 국민 보편 지급에서 저소득층 집중형 핀셋 지원으로 무게 중심을 옮길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지역별로도 취약지역인 대구 달성군(매출 증가율 4.3%)이 강남·서초구를 상회하는 효과를 기록하며, 선별 지급의 구조적 우위를 뒷받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