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너스 하나가 중소기업 근로자의 17년 치 소득을 넘어서는 현상이 현실화되며 대한민국 노동시장이 전례 없는 충격에 휩싸였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중소기업 평균 연봉 3684만 원의 17배에 달하는 성과급이 등장하면서, 임금 격차 문제가 사회 갈등의 뇌관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보너스 하나가 17년 치 연봉…’임금의 계급화’ 현실화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2026년 영업이익은 약 227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 9월 체결된 노사 합의안(영업이익의 10% 배분·상한선 폐지)을 적용하면, 내년 초 지급될 직원 1인당 평균 성과급은 세전 6억 3000만 원에 육박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같은 수치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 폭발에 따른 반도체 초호황이 만들어낸 결과다. 시장에서는 단순히 ‘많이 받는다’는 수준을 넘어, 보너스 하나가 중소기업 근로자의 십여 년 소득에 맞먹는 ‘임금의 계급화’가 고착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하이닉스만큼 달라’…대기업 노조 연쇄 파업 도화선
SK하이닉스발 성과급 충격은 다른 대기업 노조를 자극하는 도화선이 됐다. 삼성전자 노조는 성과급 상한제 폐지와 영업이익의 15% 배분을 요구하며 오는 21일부터 총파업을 선언한 상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영업이익의 20% 배분을 내걸었으며, 현대차와 LG유플러스 노조는 영업이익의 30%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2025년 9월 상한선을 폐지하며 업계 선례를 만들자, 후발 노조들이 그 이상을 요구하는 ‘도미노 협상’이 전개되는 양상이다.
대기업 노조 측은 기업이 낸 성과를 직원에게 돌려주는 것은 자본주의의 정당한 보상이라는 입장이며, 파격적인 성과급 제도가 우수 인재를 공대로 유입시키는 유인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경기도 안산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에서 10년째 근무 중인 이모(37)씨처럼, 중소기업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상대적 박탈감과 노동 의욕 저하가 심화되고 있다.
전문가들 “사회 연대기금으로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이종선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쉬었음’ 청년이 75만 명에 달하는 근본 원인으로 중소기업과의 임금 격차를 지목하며, 이 구조가 지속될 경우 공동체 붕괴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교수는 기업 실적이 최고조일 때 이익의 일부를 ‘사회 연대기금’으로 조성해 중소기업과의 격차를 완화하고, 청년 AI 교육 등 미래 인프라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 교수는 또한 해당 기금이 불황 시 산업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노사정의 사회적 대타협을 촉구한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5월 21일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반도체·자동차 등 핵심 산업 공급망에 미칠 파급력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