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조 썼는데 돌아온 건 5조 8천억”…민생쿠폰 효과 실증, ‘원금 회수에 2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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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결제 현장
점심 결제 현장 / 뉴스1

13조 5,200억 원의 국가 재정을 투입했지만 돌아온 소비 효과는 절반에도 못 미쳤다. 2025년 정부가 대규모로 집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골목상권의 단기 숨통은 틔웠지만, 투자 대비 회수 효율성 논란이라는 무거운 청구서를 함께 남겼다.

43만 원을 새로 열게 한 ‘넛지’ 전략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이 지난 7일 발표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 효과 실증분석’에 따르면, 소비쿠폰 1원 집행당 소상공인 실질 매출이 0.433원 추가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삼성 등 국내 6개 주요 카드사의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로, 국민 1인이 100만 원의 쿠폰을 수령했다면 원래 지출하지 않았을 43만 원이 골목상권으로 유입된 셈이다.

쿠폰 구조 안내도
쿠폰 구조 안내도 / 뉴스1

이 같은 효과는 기한과 사용처를 제한한 쿠폰 설계, 이른바 ‘넛지(Nudge)’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순수 현금 지급 방식에서는 지원금이 저축으로 빠져나가는 구조적 한계가 반복됐지만, 이번에는 사용처 제한이라는 장치가 강제 소비를 유도하며 이론적 한계를 실질적으로 극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종별로는 음식점업·종합소매업 등 생활밀착형 소비 분야에서 전체 효과의 49.6%가 집중 발생했다. 골목상권 방어라는 정책 본래 취지에 부합하는 결과로, 1·2차 합산 총 투입액 13조 5,200억 원에 이 전환율을 적용하면 전국 소상공인들이 누린 순소비 증대 효과는 약 5조 8,6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소득별 전환율 차이
소득별 전환율 차이 / 연합뉴스

“원금 회수에 26년”…가성비 논란의 민낯

단기 성과 이면에는 가성비 논란이 자리한다. 조세연은 이번 소비쿠폰 재정이 세수 확대를 통해 국고로 다시 회수되기까지 약 25년 10개월이 걸린다고 분석했다. 13조를 투입해 5조 8,600억 원의 소비를 이끌어냈으니, 투자 대비 손실액이 7조 6,600억 원에 달한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조세연 측은 “영구 회수가 불가능한 SOC 사업도 많다”며 손익분기점 달성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무리한 방어 논리로 본다. 도로망 구축 같은 SOC 투자는 수십 년간 국가 기초 체력을 누적 자산으로 쌓는 반면, 수개월 만에 소비되고 사라지는 쿠폰에 동일한 회수 논리를 대입하는 것은 비교 기준 자체가 다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집행 후 소비 확대
집행 후 소비 확대 / 연합뉴스

취약계층 72.6% vs. 평균 34.7%…선별 지원의 실증

이번 분석이 남긴 가장 주목할 데이터는 계층별 전환율 격차다. 전국 평균 소비 전환율은 34.7%에 그쳤지만, 취약계층 밀집 지역에서는 72.6%로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소득이 낮은 계층에 지급될수록 지원금이 곧바로 소비로 전환된다는 사실이 실증 데이터로 확인된 것이다.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60% 이상이 소득별 차등 지급을 선호한다고 응답해 여론도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시장에서는 이번 결과가 향후 정치권의 지원금 정책 논의에서 보편 살포 방식을 벗어나 저소득층 집중의 선별 지원 모델로 궤도를 수정하는 근거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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