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내부에서 ‘적군’이 아닌 ‘아군’끼리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홈페이지에 쏟아지는 탈퇴 신청 건수가 하루 1000건을 돌파하면서, 오는 5월 21일로 예고된 18일간의 총파업을 앞두고 노조 내부 균열이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다.

DS 50조 vs DX 3조, 실적 격차가 낳은 보상 불균형
2026년 1분기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50조원을 넘어서며 전사 실적을 견인했다. 반면 스마트폰·TV 등 소비자 가전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경험) 부문은 수요 둔화와 원가 부담 속에 약 3조원 수준에 그쳐, 두 부문 간 영업이익 격차가 17배에 달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문제는 노조의 요구가 이 격차를 그대로 반영한다는 점이다. 노조는 DS 부문에 대해 영업이익의 15%를 상한선 없이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면서, DX 부문에 대해서는 어떠한 별도 요구도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조합원 구성에서 DS 부문이 약 80%를 차지하는 구조적 현실이 의사결정 방향을 사실상 결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합비 5배 인상, ‘DX는 비용만 내는 구조’ 불만 폭발
갈등에 기름을 부은 건 조합비 인상 결정이다. 노조는 쟁의 기간 중 조합비를 기존 1만 원에서 5만 원으로 5배 올리고, 파업 참여 스태프에게는 일정 조건 충족 시 최대 300만 원의 활동비를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성과급 요구의 직접적 수혜 대상도, 파업의 주체도 DS 부문이 중심인 상황에서 DX 조합원들이 이탈하는 흐름은 업계에서는 예견된 결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탈퇴 신청 건수는 4월 28일 500건을 넘어선 데 이어 29일에는 1000건 이상으로 급증했다. 4월 23일 열린 파업 결의대회에는 약 3만9000~4만 명이 참석해 조직력을 과시했지만, 이탈 흐름이 가속화되면서 조직의 구심력은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과반 지위 방어에 집중…노조 대표성 논란 부상
시장에서는 초기업노조가 약 7만4000명 조합원 기준 절반인 약 3만7000명 이상을 유지하는 데만 집중하고, 전체 임직원 약 12만 명의 과반인 약 6만 명과는 다른 기준을 적용하면서 DX 부문 이탈에 무감각한 태도를 보인다고 분석한다.
DX 조합원 탈퇴가 이어지더라도 DS 부문 중심의 수적 우위가 흔들리지 않는 구조가 이런 태도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조합비 분쟁을 넘어 노조의 대표성과 정체성 문제를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한다. 특정 부문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가 지속될 경우, 파업 이후에도 노조의 교섭력과 내부 결속력에 구조적 타격이 누적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2분기에도 반도체 중심의 실적 구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만큼, 부문 간 보상 격차를 둘러싼 갈등은 파업이 끝나도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