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반이 아니라 침략이다”…북한 국경 고착화, 한반도 충돌 문법 ‘송두리째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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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7월 27일 체결된 정전협정이 73년 만에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북한이 238km에 달하는 군사분계선(MDL)을 독자적인 ‘남부국경선’으로 선언하며 정전체제 자체를 무력화하는 수순에 돌입했다.

2024년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론’ 지시 이후, 북한은 경의선·동해선 도로를 폭파하고 철조망과 지뢰를 매설하며 국경 고착화 작업을 강행했다. 2026년 3월에는 일시 중단됐던 MDL 이북 불모지 정비 작업까지 재개하며 물리적 단절을 가속화하고 있다.

군사분계선 긴장 고조
군사분계선 긴장 고조 / 연합뉴스

문제는 단순한 도발 수위의 문제가 아니다. 이 선언이 한반도 군사 충돌의 성격과 규칙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판의 교체’라는 데 있다.

“위반”에서 “침략”으로…충돌의 문법이 바뀐다

정전협정 체제 아래에서는 남북 간 교전이나 마찰이 ‘협정 위반’으로 분류돼 수습과 관리의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북한이 독자적 영토와 영해를 주장하는 ‘남부국경선’ 체제가 고착되면, 우리 군의 정상적 작전이나 우발적 충돌조차 즉각적인 ‘영토 침략’으로 규정된다.

남부국경 경계 강화
남부국경 경계 강화 / 연합뉴스

사소한 국지전도 전면전 또는 고강도 보복의 구실로 악용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특히 북한이 “0.001mm의 침범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는 규칙 없는 화약고로 전락할 위험이 가장 크다.

체제 불안이 만든 역설…흡수통일 공포가 핵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원식 연구위원은 북한의 거친 행보 이면에 체제 생존에 대한 전략적 불안감이 깔려 있다고 분석한다. 국경선 주장은 결국 외부로부터 완전한 ‘국가성’을 인정받아 흡수 통일의 공포에서 벗어나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지뢰밭에서 본 경계
지뢰밭에서 본 경계 / 뉴스1

MDL 이북 DMZ에서는 철조망 설치와 지뢰 매설이 한창인 반면, 남측은 평화적 상태를 유지하는 비대칭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군사분계선을 기점으로 남북 각 2km로 설정된 비무장지대의 완충 기능도 사실상 북측에서 스스로 무너뜨리는 양상이다.

동서독의 지혜…’중립적 표현’으로 뇌관을 해체하라

전문가들은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의 타협 방식을 주목한다. 당시 동독은 확고한 국경선 인정을 집요하게 요구했지만, 서독은 헌법상 통일 지향성을 지키기 위해 ‘기존에 존재하던 경계’라는 중립적 표현을 관철시켰다. 명분과 실리를 맞교환하는 정교한 언어 전략으로 군사 충돌을 막고 교류의 물꼬를 튼 것이다.

월북 대응 합동조사
월북 대응 합동조사 / 뉴스1

김 연구위원은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을 역이용해 ‘남북기본협정’ 체결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한다. 우리 헌법 정신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북한의 국가성 인정 요구를 정교하게 다루는 협상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73년간 한반도 안정의 토대였던 정전체제가 흔들리는 지금, 북한이 들이민 ‘적대적 두 국가론’의 청구서를 새로운 평화 공식을 써내려갈 기회로 바꾸는 전략적 결단이 우리 정부에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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