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름진 음식을 먹은 뒤 오른쪽 윗배가 묵직하게 아파온다면, 소화제를 찾기 전에 잠깐 멈춰야 한다. 그 통증이 단순한 소화불량이 아닌 담낭염의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담낭염은 간에서 생성된 담즙을 저장하는 담낭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담낭관의 폐쇄와 이에 따른 세균감염이 주요 원인이다. 가장 흔한 원인은 담석증으로, 과식과 음주가 더해지면 담낭이 담즙을 배출하기 위해 과도하게 수축하며 담석이 담도를 막아 급성 염증으로 이어진다.
통증이 6시간 넘으면 응급 상황
급성 담낭염의 증상은 소화불량에서 시작해 오른쪽 윗배와 명치 부위의 극심한 통증으로 발전하며, 우측 어깨나 어깨뼈 쪽으로 퍼지는 양상을 보인다. 발열, 오심, 구토, 식욕부진, 황달이 뒤따를 수 있어 단순 위경련과의 구별이 필요하다.

통증이 6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열과 오한이 동반되거나 구토가 멈추지 않는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방치할 경우 담낭 괴사, 천공, 복막염, 패혈증 등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고윤송 세란병원 복부센터 센터장은 오른쪽 갈비뼈 아래를 눌렀을 때 통증이 느껴진다면 담낭염을 의심하고 바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름진 음식을 먹은 뒤 윗배 통증이 심해지거나, 급격한 체중 감량 이후 소화불량과 상복부 불편감이 이어진다면 담낭염이 진행 중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이어트도 위험 요인…급격한 체중 감소가 담석 부른다
담낭염의 위험 요인은 비만과 고지방 식습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1주일에 1.5㎏ 이상의 빠른 체중 감소는 담석 발생 위험을 크게 높이며, 비만 수술 후 급속한 체중 감량을 경험한 환자의 경우 30~70%의 확률로 담석이 생긴다고 보고된다.
오랜 공복 상태 이후 갑작스러운 과식도 담낭에 과부하를 준다. 불규칙한 식사 패턴이 반복될수록 담낭의 수축과 이완 리듬이 깨지며 담즙이 정체되고 담석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용찬 인제대 일산백병원 외과 교수는 담석 형성의 기전으로 담관 내 콜레스테롤 분비 증가와 담낭 운동성 저하를 지목한다. 우르소데옥시콜산을 예방적으로 투여하면 콜레스테롤 담석의 발생 확률을 낮출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무증상 담석도 2㎝ 넘으면 수술 고려해야
담낭염 치료의 표준은 복강경 담낭절제술로, 전체 수술의 95% 이상이 최소 침습 방식으로 시행된다. 최근에는 단일공 복강경 수술과 로봇 담낭절제술도 선택적으로 도입되며 환자의 회복 시간과 흉터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증상이 전혀 없는 담석이라도 크기가 2㎝ 이상이라면 담낭암과의 연관 가능성이 있어 예방적 수술을 권장한다. 담낭 결석의 약 80%는 무증상으로 지내는 만큼, 증상 발생 시 신속한 진료가 중요하다.
예방을 위해서는 고열량·고지방·고탄수화물 식품을 줄이고 불포화지방, 견과류, 식이섬유, 비타민C, 칼슘 등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되 급격한 체중 변화를 피하는 것이 담낭 건강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