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전엔 문전박대하더니”… 일본 자위대가 한국 공군 반긴 ‘결정적 이유’

댓글 1

사우디에서 공군 에어쇼
일본, 한국에 사상 첫 급유 지원
한일 군사협력의 새로운 신호탄
일본
블랙이글스 / 출처 : 연합뉴스

지난 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상공에서 태극기가 그려졌다.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T-50B 8대가 WWDS 2026에서 선보인 ‘태극 기동’이다.

하지만 이 30분간의 화려한 쇼 뒤에는 11,300km에 달하는 극한의 여정과, 한일 국방협력사에 새로운 페이지를 연 역사적 배경이 숨어있다.

블랙이글스가 중동 에어쇼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일본의 결단 덕분이다. 원주기지를 출발한 편대는 오키나와 기지에서 항공자위대의 급유 지원을 받았다.

이는 일본이 한국 공군 항공기에 자국 기지 급유를 허가한 사상 첫 사례다. 불과 3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두바이 에어쇼 참가는 같은 이유로 무산됐다. 일본의 거부로 중간 급유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번 협력은 한일 셔틀 외교 본격화와 일본의 대중국 견제 전략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블랙이글스는 2월 말 오키나와를 재방문하며 일본 특수비행팀 ‘블루 임펄스’와 교류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단순 급유 허가를 넘어, 양국 군사협력의 새로운 신호탄이 된 셈이다.

11,300km 극한 여정, T-50B의 한계를 넘다

일본
블랙이글스 / 출처 : 연합뉴스

T-50B의 항속거리는 1,800km 남짓인데, 공중급유 능력이 없어 해외 에어쇼 참가는 늘 난제였다. 2010년대 영국 에어쇼 참가 시에는 기체를 분해해 화물기로 수송 후 현지 조립하는 방식을 택했을 정도다.

이번에는 달랐다. 오키나와·필리핀·베트남·태국을 거쳐 인도에서만 3회 급유를 받으며 오만을 경유, 최종 목적지 리야드에 도착하는 ‘쉬엄쉬엄’ 작전을 감행했다.

경유지마다 기상 변수와 정치적 허가 문제가 도사렸다. 과거 대만을 중간 기지로 활용했으나 중국-대만 관계 민감성으로 포기한 전례도 있다.

이번 일본의 협력은 단순 연료 보급을 넘어 동맹국 간 전략적 신뢰 구축의 상징이 됐다. 손석락 공군참모총장은 “국가대표로서 명예를 드높여주길 기대한다”며 이번 참가의 전략적 의미를 강조했다.

리야드 상공 2,400m, 물리법칙과의 싸움

일본
블랙이글스 / 출처 : 연합뉴스

고원 도시인 리야드의 고온·건조 기후는 에어쇼에 치명적이다. 건조한 공기는 밀도가 낮아 양력 발생을 저해한다.

고온은 산소 농도를 희박하게 만들어 엔진 출력을 떨어뜨린다. 급상승·급강하가 핵심인 곡예비행에서 이는 재앙에 가깝다. 통상 에어쇼가 해안이나 평지에서 열리는 이유다.

블랙이글스는 이 악조건 속에서 24개 고난도 기동을 완벽히 구사했다. ‘오키드 기동’과 ‘레인 폴’ 등 기존 레퍼토리에 더해, 6대 항공기로 펼치는 ‘무궁화 기동’을 해외에서 처음 선보였다.

최고 고도 2,400m까지 치솟는 수직 상승, 360도 회전, 초근접 대칭 비행까지 5회 공연 동안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현지 관람객들은 “세계 최고”라는 찬사를 쏟아냈다.

K-방산 외교, 하늘에서 쓴 새 장

일본
블랙이글스 / 출처 : 연합뉴스

이번 WDS 2026 참가는 K-방산 외교의 종합 패키지다. 독일에서 K-전차가 공개되는 동시에 중동 최대 방산 전시회에서 블랙이글스가 국산 항공기의 기량을 과시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특히 T-50 계열은 실전 투입 경험이 없어 ‘레퍼런스’ 부족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극한 환경에서의 완벽한 퍼포먼스는 그 자체로 강력한 홍보 효과를 발휘했다.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 국가들은 미국·유럽산 무기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높은 가성비와 빠른 납기, 그리고 이번처럼 ‘현장에서 검증된 성능’은 K-방산의 핵심 경쟁력이다.

블랙이글스의 성공은 단순 비행쇼를 넘어, 한국 항공기술 전반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블랙이글스의 사우디 비행은 기술·외교·전략이 교차하는 복합적 성과다. 일본의 첫 급유 허가는 한일 국방협력의 새 장을 열었고, 11,300km 여정과 악조건 극복은 한국 공군의 기량과 국산 항공기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무엇보다 이는 K-방산이 단순 수출을 넘어 국가 위상을 높이는 전략적 자산임을 보여준 사례다. 2월 말 오키나와 재방문과 블루 임펄스와의 교류가 예정된 가운데, 블랙이글스의 행보는 계속될 전망이다.

1
공유

Copyright ⓒ 리포테라.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