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시스템 직원 UAE행
여행경보 3단계 ‘철수권고’ 지역
K-방산 수출 이면 속 안전 위기

지난 13일, 한화시스템 임원 1명과 기술진 5명이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런데 해당 지역은 외교부가 여행경보 3단계(철수권고)를 발령한 곳이었다.
이란의 대규모 미사일·드론 공습이 진행 중인 전쟁터로 향하는 이유는 단 하나, UAE에 배치된 천궁-II 요격체계의 레이더 회전 구동 오류를 고치기 위해서다.
계약 이행 의무와 직원 안전 사이에서 한국 방산업체들이 전례 없는 딜레마에 직면했다.
같은 시각, LIG넥스원 직원 40여 명도 현지에 발이 묶여 있었다. 천궁-II 납품을 위해 출장 갔던 이들은 이란 공습 직후 일부가 군부대 통신선 연결 작업에 동원됐다는 노조 측 주장도 나왔다.
K-방산이 연간 22조원 수출 시대를 열며 전 세계 분쟁 지역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그 이면엔 기술 인력의 안전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실전이 증명한 ‘한국형 패트리엇’의 진가

천궁-II는 15~40km 요격 범위에서 항공기,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을 직접 충돌로 파괴하는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체계다. 2022년 UAE와 35억 달러(약 4조원) 규모로 10개 포대 수출 계약을 맺었고, 현재 2개 포대가 실전 배치됐다.
이번 이란 공습은 천궁-II에게 최종 시험대였다. 다층 공격(드론+탄도미사일 동시 공세)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도 UAE 통합 방공망(패트리엇, 애로우 포함)의 종합 요격률 90% 이상 달성에 핵심 역할을 했다.
실전 검증의 파급력은 즉각 나타났다. UAE는 요격 미사일 추가 구매를 긴급 요청했고, 계약된 납기일보다 조기 공급을 타진했다. 사우디아라비아(2023년 계약), 이라크(2024년 계약)에 이어 중동 국가들의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LIG넥스원의 중동 수주잔고만 10조 2,000억원에 달하며, 전체 수주잔고는 26조 2,000억원을 넘어섰다. 2026년 예상 수출 매출 1조 4,600억원 중 천궁-II가 중심축이다.
한화시스템은 경북 구미에 3,740억원을 투자해 2029년까지 생산 능력 확대에 나섰다.
안전과 계약 이행, 양립 가능한가

하지만 성공의 이면엔 어두운 현실이 있다. LIG넥스원 노조는 “드론 공습에 잠도 제대로 못 자는 직원들이 안전모 같은 장비 지급도 없었다”며 “민간인 직원들이 용병처럼 일하는 것으로 비춰질까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출장자 전원의 즉각 귀국과 재발 방지 지침 마련을 촉구했다.
기업 측 해명은 엇갈린다. LIG넥스원은 “지원 업무 장소가 군부대가 아니었고 당시 공습도 없었다”며 “직원들이 현지 공관과 협의해 안전 지역으로 대피 완료했다”고 밝혔다.
한화시스템도 “교전 지역과 떨어진 안전한 장소로 장비를 반출해 작업하며, 임무 완료 즉시 귀국할 것”이라고 했다. 회사가 안전을 책임진다는 전제하에 출장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UAE가 철수권고 지역인 건 명백한 사실이며, 계약 이행과 직원 안전 사이의 줄타기는 앞으로 더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 K-방산 수출이 22조원을 넘어서며 분쟁 지역 기술 지원 요청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방산 업계 관계자는 “실전 검증은 최고의 마케팅이지만, 그 대가로 직원들이 위험에 노출되는 건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정부 차원의 안전 가이드라인과 보험, 대피 체계 같은 촘촘한 보호 장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