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가 드러낸 대한민국의 민낯” …에너지·동맹·복합위기 ‘삼중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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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해협이 막히면 대한민국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중동전쟁이 격화되면서 이 질문이 더 이상 가상 시나리오가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 파티 비롤은 이번 중동 전쟁의 충격이 1970년대 두 차례 오일쇼크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가스 공급 타격을 합산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에는 그 무게가 다른 나라보다 훨씬 무겁게 얹힌다.

수입 원유의 60% 이상이 중동에서 들어오고, 그중 90%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3.7%로, 30년 전과 비교해도 거의 달라진 것이 없다.

한국의 일일 석유 소비량은 290만 8000배럴로 세계 8위 수준이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라는 표현은 익숙하지만, 그 취약성을 줄이려는 실질적 노력은 30년간 제자리걸음이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봉쇄 3개월이면 제조업 생산비 11.8% 폭등

호르무즈 해협 사실상 봉쇄...한국 선박 상황은?
호르무즈 해협 사실상 봉쇄…한국 선박 상황은? / 연합뉴스

산업연구원은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3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제조업 평균 생산비가 11.8%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중동 지역 수입 의존도가 70%를 넘는 산업 핵심 품목만 40개 이상이다.

경제 파급 효과도 구체적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OECD는 이번 사태로 한국의 2026년 경제성장률이 기존 전망치 2.1%에서 1.7%로 0.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하락폭은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크다. 물가상승률은 1.8%에서 2.7%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화여자대학교 석병훈 교수는 성장률이 1% 중반대까지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한국은행 역시 물가 상승 압력과 성장 하방 위험이 동시에 커진 ‘복합적 도전 상황’으로 진단했다.

이란 호르무즈 봉쇄 해군 지휘관, 공습으로 사망"(상보)
이란 호르무즈 봉쇄 해군 지휘관, 공습으로 사망”(상보) / 뉴스1

정부 비축유는 약 1억 배럴, 민간 비축까지 합산하면 약 208일분(2025년 연말 기준)이다. UAE로부터 긴급 확보한 2400만 배럴도 있지만,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우려가 크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월 26일 SNS를 통해 “석유 의존도가 10년 전과 비교해 제자리”라며 “우크라이나 전쟁 때도 같은 말을 했고, 또 다른 분쟁이 터지면 똑같은 얘길 반복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한국전력의 영업적자는 5배 이상 폭증한 바 있다.

호르무즈 봉쇄 현실화 亞 경제 직격탄…달러·유가·증시 '동시 압박' - 뉴스1
호르무즈 봉쇄 현실화 亞 경제 직격탄…달러·유가·증시 ‘동시 압박’ – 뉴스1 / 뉴스1

파병이냐 거부냐…’동맹의 값’ 청구서

에너지 문제가 먹고사는 문제라면, 파병 딜레마는 죽고 사는 문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에 호르무즈해협으로 군함을 파견하라고 직접 요구했다.

‘안보 무임승차론’을 꺼내들며 파병 여부가 향후 대미 관계의 척도가 될 수 있다고도 시사했다. 파병하지 않으면 주한미군 감축이나 방위 공약 수준 하향 가능성도 내비쳤다.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은 3월 13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주한미군 철수, 원자력협정 개정, 관세 카드 등을 한데 묶어 종합 평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파병을 결정하기도 쉽지 않다. 호르무즈해협은 현재 이란의 기뢰·드론·미사일 위협으로 ‘킬 박스(kill box·죽음의 구역)’로 불린다. 파병은 사실상 미국의 전쟁에 연합군으로 참전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란과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게 된다. 결국 ‘거부하면 동맹 비용, 수락하면 장병의 피’라는 극단적 딜레마 앞에 서 있는 셈이다.

“방향과 속도에 대한 정치적 합의가 절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중동 분쟁의 여파가 아닌, 한국 국가 전략의 구조적 공백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조병제 경남대 초빙석좌교수는 3월 25일 포럼에서 “국제 질서의 전환기에 한국은 언제든 복합적이고 동시다발적인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북핵 위기에 미·중 갈등, 중동발 에너지 충격까지 동시에 겹칠 경우, 현재의 임기응변식 대응 체계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성식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3월 25일 포럼에서 “방어적 경제 안보 전략만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킬 수 없다”며 “강대국과 협상할 때 우리에게 유리하게 끌고 나갈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OECD 역시 에너지 효율 개선, 공급처 다각화,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핵심 정책 과제로 권고했다.

호르무즈 사태는 에너지 안보, 한미동맹 딜레마, 복합 안보 위협이라는 세 가지 구조적 과제를 동시에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조 교수의 말처럼 “전략은 장기 비전을 요구하지만, 실행은 집중과 속도를 요구한다.” 국가의 나침반을 세우고, 방향에 대한 명확한 합의와 실행에 대한 정치적 의지를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지금 대한민국에 남겨진 진짜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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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파병거부시.앞으로 해협통과시 울나라는 엉청
    많은 고통을 감수해야될거고ㆍ
    홍해도 과연미국이 쉽게 한국을 도와줄까
    옛날 삼우주어리도 미국도움없었으면 구출안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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