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이란 남서부 상공에서 발생한 사건은 현대 공중전의 패러다임을 뒤흔들었다. 미 공군의 4세대 전투기 F-15E 스트라이크 이글이 휴대용 대공 미사일에 격추된 것이다.
수백억원대 전투기가 2억 5천만원짜리 휴대용 미사일에 무력화되는 ‘비대칭 굴욕’이 현실화됐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북한이 이와 유사한 휴대용 미사일을 1만대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 공군 역시 F-15E를 기반으로 한 F-15K 슬램 이글 50여대를 운용 중이라는 사실이다.
냉전 유물이 첨단 전투기 잡다

휴대용 대공 미사일(MANPADS)은 사거리 5km, 상승 고도 3~4km에 불과해 그간 ‘활주로 테러용’ 정도로 평가절하됐다.
1991년 걸프전에서 이라크군의 SA-16 이글라가 미 F-16을 격추한 이후, ISR 자산 발달로 이런 구형 무기의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이란은 지하 시설과 험준한 산악 지형을 활용해 소형 방공 자산을 은밀히 배치했고, F-15E가 플레어·채프 등 기만 체계를 작동할 틈도 없이 기습적으로 근접 사격을 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F-15E가 최대 10톤의 정밀유도폭탄을 탑재할 수 있는 막강한 공격기임에도, 레이더 반사면적(RCS)이 크고 기계식 레이더를 사용한다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국방 전문가들은 “전투기들은 중장거리 요격 미사일 위주로 대비하지만, 실전에선 이번 격추 같은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북한, 평양 주변에 1만대 집중 배치

북한은 1980년대 소련제 이글라 계열 휴대용 대공 미사일을 1만대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개량한 ‘화승총’과 ‘불새’ 계열 미사일을 지속 생산해왔다.
특히 평양 주변에 집중 배치해 수도권 방어 태세를 구축한 것으로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2022년 4월 열병식에서는 미국의 재블린을 모방한 것으로 보이는 대전차 미사일도 공개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북한이 이런 무기를 중동에 확산시켜왔다는 점이다.
2021년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북한제 ‘불새-2’ 대전차 미사일을 보유한 영상이 공개됐고, 국정원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회수한 북한 무기로 ‘불새-4’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란과 북한의 무기 거래 네트워크를 통해 북한제 휴대용 미사일이 실전 검증되고 있는 셈이다.
지하 시설과 산악 지형이 많은 한반도 지형 특성상, 한·미 연합군이 유사시 이런 비대칭 무기를 제거하기는 더욱 까다로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F-15K 성능 개량, 시급성 더 커져

한국 공군은 2005년 도입한 F-15K 슬램 이글을 운용 중이다. 도입 당시엔 미 F-15E보다 향상된 레이더를 탑재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은 현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군 당국은 2024년부터 2031년까지 4조 5,600억원을 투입해 성능 개량 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이번 F-15E 격추 사건은 개량 방향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한다.
업계 전문가는 “우크라이나가 스팅어로 러시아 전차를 무력화하면서 지상전이 드론전으로 전환됐듯, 방공 체계 진화에 맞춰 항공기 비행 고도가 낮아지고 이에 다시 초저고도 정밀 대공 무기가 진화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첨단 항전 장비 업그레이드뿐 아니라, 저고도 위협에 대응하는 전술 교리와 훈련 체계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기당 수백억원이 넘는 전투기가 2억 5천만원짜리 미사일에 무력화되는 비대칭 시대, 한국 공군도 이란전의 교훈을 놓쳐선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