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에 UN 로고가 있어도 쏜다”…이스라엘 옐로 라인, 동명부대 300명 ‘사격권 한복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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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헬멧과 UN 로고가 더 이상 목숨을 보장하지 못한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영토 내에 ‘옐로 라인(Yellow Line)’을 전격 설정하면서, 레바논 남부 티르(Tyre) 지역에 주둔 중인 한국군 동명부대 300명이 통제 불능의 사격권 한복판에 놓였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10일 휴전이 발효된 지 단 하루 만인 4월 18일, 이스라엘군은 옐로 라인 설정을 선언했다. 바로 그날 레바논 남부 알간두리예에서 작전 중이던 UNIFIL 순찰대가 공격을 받아 프랑스군 평화유지군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2명 중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현 상황을 “극도로 허약한 휴전”으로 규정했다. 4월 16일 미국과 프랑스 중재로 간신히 성사된 이번 휴전은 당초부터 헤즈볼라를 협상 테이블에서 배제한 구조적 결함을 안고 있었다.

가자를 가다] 휴전후 가자지구 언론 공개…"여기가 철군선 옐로라인" | 연합뉴스
가자를 가다] 휴전후 가자지구 언론 공개…”여기가 철군선 옐로라인” | 연합뉴스 / 연합뉴스

가자지구를 복제한 ‘무차별 사격선’의 실체

옐로 라인의 핵심은 단순하다. 민간인이든 평화유지군이든 해당 구역에 진입하거나 머무는 모든 대상을 잠재적 적대 전투원으로 간주해 즉각 사격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적용해온 ‘가자지구화(Gazafication)’ 전술이 레바논에 그대로 이식된 셈이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 군사작전을 통해 헤즈볼라 테러리스트 250명 이상을 사살하고, 군사기반시설 405곳과 무기·탄약 1,000여 점을 해제·발견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국제법상 보호를 받아야 할 UNIFIL 대원들이 실제 사상자를 냈다는 사실은, 전장의 규칙이 완전히 무너졌음을 방증한다.

동명부대의 두 가지 시나리오, 모두 고통스럽다

동명부대는 2007년부터 19년간 레바논 현지에 주둔하며 중동 내 한국의 외교 자산을 쌓아왔다. 철수를 선택하면 장병 생명은 즉각 보전되지만, UN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서의 발언권과 K-방산 수출의 숨은 지렛대 역할을 해온 평화유지 기여도가 한순간에 증발한다.

이스라엘이 그은 임시철수선…새 가자 국경 고착화 우려 - 뉴스1
이스라엘이 그은 임시철수선…새 가자 국경 고착화 우려 – 뉴스1 / 뉴스1

잔류를 강행하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헤즈볼라의 급조폭발물(IED) 테러와 이스라엘군의 오인 폭격이라는 양면 위협에 맨몸으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헤즈볼라 수장 나임 카셈은 “이스라엘을 신뢰하지 않는다”며 보복 의지를 공개 선언한 상태다.

국제 사회의 경고, 그리고 한국의 선택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휴전 직후 “헤즈볼라가 조심히 행동하기를 바란다. 더 이상의 살육은 없다”고 경고했지만, 옐로 라인 설정과 UNIFIL 사상자 발생은 그 경고가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즉각 헤즈볼라를 범인으로 지목했음에도, 양측의 화력이 뒤엉킨 전장에서 책임 규명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가 형성됐다.

UNIFIL은 1978년 창설 이후 적지 않은 인명 피해를 겪어왔다. 이번 프랑스군 사망은 ‘남의 일’이 아니라 동명부대가 처한 현실의 예고편이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최소한의 국제법마저 내팽개친 화약고에서 300명의 장병을 보호할 독자적인 생존 대책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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