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핵 갖겠다”… 전 세계가 긴장하는 ‘무제한 군비 경쟁’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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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유지된 핵 제재 조약 종료
미·중·러 삼각 갈등 깊어진다
전 세계 핵 무기 경쟁 돌입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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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무기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 핵무기의 86.8%를 보유한 미국과 러시아를 제도적으로 묶어두던 마지막 안전장치가 5일(현지시간) 공식 종료됐다.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의 만료로 1972년 이래 50년간 유지돼 온 양국 간 핵군축 체제가 사실상 붕괴한 것이다.

후속 협정 논의는 미·러·중 삼각 갈등 속에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국제 안보 전문가들은 “이길 수도 없는 새로운 군비 경쟁”이 시작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뉴스타트는 양국의 핵 투발 수단을 700기, 탑재 핵탄두를 1,550기로 제한하고 연 18회 현장 사찰을 의무화해 왔다. 이 조약 덕분에 1986년 약 7만 기에 달했던 전 세계 핵탄두는 현재 1만2,300여 기로 감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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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대륙간탄도미사일 /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뉴스타트 만료로 미국(5,100기 이상)과 러시아(5,400기 이상)를 제한하던 법적 장치가 완전히 사라지면서, 양국이 핵전력을 무제한 증강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문제는 후속 협정 전망이 극도로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만료되면 만료되는 것”이라며 기존 조약 연장을 거부하고, 중국까지 포함한 새로운 다자 협정을 주장했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뉴스타트를 1년 연장할 의향을 밝혔지만, 중국 참여를 전제로 한 미국의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중·러 삼각 갈등, 협상 테이블조차 마련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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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러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새 협정에 끌어들이려는 이유는 명확하다. 중국의 핵전력 증강 속도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5,000여 기의 핵탄두를 보유한 반면, 중국은 공식적으로 수백 기 수준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급속히 증강 중이다.

미국 국방 분석가들은 “뉴스타트가 미국의 전력 증강 발목을 잡았다”며 중국을 포함한 새 협정 없이는 미국이 불리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중국은 이를 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자국의 핵전력이 미·러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미국은 중국 참여를 원하고, 러시아는 기존 양자 조약 연장을 요구하며, 중국은 협상 자체를 거부하는 삼각 갈등 구도가 고착화됐다.

에드 마키 미국 상원의원(민주당)은 “미국이 뉴스타트 제한을 넘겨 핵 개발을 하면 러시아도, 중국도 같은 행동을 할 것”이라며 “우리가 필요로 하지도 않았고, 이길 수도 없는 새로운 군비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악의 가정으로 행동”… 전문가들 악순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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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륙간탄도미사일 / 출처 : 연합뉴스

핵 협상 전문가들은 새로운 협정 없이는 양측이 상호 불신에 기반한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구 소련 출신 핵 협상가 니콜라이 소코프는 “새로운 협정이 없을 경우 양측이 최악의 가정을 토대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며 상호 신뢰 부재로 인한 핵전력 경쟁 가속을 경고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뉴스타트 이행을 중단한 바 있다.

더 큰 우려는 미·러의 핵군축 체제 붕괴가 다른 국가들에게 핵무기 개발을 정당화할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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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무기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은 “뉴스타트가 종료되면 핵보유국이 더 늘어날 것”이며 “일부 국가는 핵무기 보유가 최적의 선택이라고 판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테크 전문 매체 슬레쉬기어는 “핵무기 절대 수의 감소보다 소수 국가에 핵전력이 집중된 구조 자체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위험 요소”라고 분석했다.

냉전 종식 이후 인류는 핵무기를 7만 기에서 1만여 기로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그 성과를 가능하게 했던 제도적 틀은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

미·러·중이 자국의 전략적 이익만을 앞세워 협상 테이블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사이, 50년간 쌓아온 핵군축의 유산은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새로운 군비 경쟁의 서막이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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