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만 팔 생각 마라”… 406조 쥔 폴란드가 K-방산에 내민 ‘새로운 청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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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무기 구매에서 벗어나
기술 이전·공동생산 요구
방산
K2 전차 / 출처 : 연합뉴스

K-방산의 최대 수출국 폴란드가 게임의 룰을 바꿨다.

전차와 자주포를 대거 사들이며 ‘큰손’으로 불렸던 폴란드가 이제는 “무기를 팔려면 기술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단순 구매국에서 공동 생산 파트너로 입지를 바꾸겠다는 선언이다.

콘라트 고워타 폴란드 국유자산부 차관은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단순한 조립라인 유치에 만족하지 않겠다”며 “무기 구매에는 기술 이전과 글로벌 공급망 참여가 필수”라고 못 박았다.

그는 “새 규칙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나라와만 협력하겠다”고 강조하며, 과거 미국산 장비를 도입하며 ‘안보 비용’처럼 감수해 온 일방적 구매 방식이 폴란드를 ‘순진한 고객’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폴란드는 향후 5년간 1조 즈워티(약 406조원)를 국방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 막대한 예산이 단순히 해외 무기업체의 배만 불리는 것이 아니라, 자국 산업에 실질적 이익을 가져와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K-방산 큰손’의 조건부 거래 선언

방산
K9 자주포 / 출처 : 연합뉴스

폴란드의 태도 변화는 단순한 정책 수정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이다.

과거에는 한국의 K2 전차, K9 자주포, FA-50 전투기를 대량 구매하며 K-방산의 수출 신화를 견인했다. FA-50의 경우 최대 48대 구매 계약을 체결했고, 2023년 중반부터 납입이 시작됐다.

그러나 이제 폴란드는 ‘구매자’가 아닌 ‘파트너’가 되기를 원한다. 고워타 차관의 발언은 기술 이전 없는 단순 납품은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는 또한 폴란드가 유럽의 방산 생산 거점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야심의 표현이기도 하다.

실제로 폴란드 국영 방산그룹 PGZ는 2월 초 체코 CSG와 지뢰지대 공동 구축 계약을 체결했으며, 자체 개발한 지대공 미사일 ‘피오룬(Piorun)’의 해외 수출을 추진 중이다.

독일과 프랑스가 구매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폴란드의 자립화 의지가 단순한 수사가 아님을 증명한다.

EU의 보호주의와 트럼프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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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 전차 / 출처 : 연합뉴스

폴란드의 전략 전환 배경에는 EU의 정책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EU는 SAFE(세이프) 프로그램을 통해 회원국에 무기 구매 자금을 대출하면서 유럽산 무기 구매를 사실상 권장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역내 생산을 독려하는 구조로 설계됐으며, 폴란드는 여기서 440억 유로(약 75조 4,000억원)를 확보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 비용 분담 요구도 한 몫을 했다. 블룸버그는 폴란드가 미국의 압박에 대응해 “우리도 방산 산업을 키우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분석했다.

유럽 각국이 방위산업을 대대적으로 육성하는 흐름 속에서 폴란드 역시 이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이는 K-방산에게 이중의 도전이다. 기술 이전 요구를 수용하면 장기적으로 경쟁자를 키우는 셈이 되고, 거부하면 유럽 내 경쟁 업체에 발주가 넘어갈 수 있다. EU의 역내 생산 장려 정책은 이미 유럽산 선호를 심화시키고 있다.

K-방산, 납품 넘어 파트너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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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 자주포 / 출처 : 연합뉴스

그러나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2026년 현재 방산은 대한민국 증시의 핵심 수출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 방산의 핵심 경쟁력은 즉시 배송과 납기 우위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국가들의 긴급한 재무장 수요에 한국은 빠르게 대응해왔다.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단순 납품을 넘어 기술·생산 협력까지 묶는 전략이 필수 과제가 됐다.

이미 구축된 협력 기반을 활용해 기술 이전과 공동 생산을 확대한다면, 장기적 파트너십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 방산업계가 집중하고 있는 국산화율 증대는 이런 맥락에서 더욱 중요해진다.

올해 상반기 폴란드를 넘어선 유럽 시장으로의 침투 확대가 관건이다. 폴란드가 제시한 ‘새로운 규칙’은 단지 폴란드만의 요구가 아니라, 향후 유럽 각국이 따를 가능성이 높은 표준이 될 수 있다.

K-방산이 ‘무기 판매자’에서 ‘기술 파트너’로 진화할 수 있는지, 406조원 규모의 시험대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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