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헬기 못 쓰겠다”… 방글라데시가 급하게 한국 찾은 ‘결정적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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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러시아 헬기 대체 수요 확대
수리온·마린온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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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온 / 출처 :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이 글로벌 방산 지형을 흔들고 있다. 러시아 무기체계에 의존하던 제3세계 국가들이 서방 기술 기반의 대체 기종을 모색하면서, 한국산 헬기가 ‘가성비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과 해병대용 마린온이 있다.

최근 싱가포르 에어쇼를 계기로 방글라데시가 수리온 계열 12대(기동형 6대, 무장형 6대) 도입을 심도 있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2024년 이라크 특수소방헬기 2대 수출(1억 달러)에 이은 두 번째 해외 판매 성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그동안 러시아제 Mi-17 헬기를 주력으로 운용해왔으나, 국제 제재와 부품 수급 차질로 가동률이 급락했다. 회전익 항공기는 정비 주기를 놓치면 곧바로 전력 공백으로 이어지는 특성상, 안정적 공급망 확보가 생존 문제가 됐다.

여기에 미국 블랙호크(UH-60)는 도입 단가와 유지비 부담이 크고, 터키 T129 아탁은 엔진 수출 통제 문제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수리온이 현실적 선택지로 떠올랐다.

러시아 대체 시장의 전략적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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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온 / 출처 : 연합뉴스

방글라데시 사례는 단순 12대 계약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러시아 헬기 중심이던 제3세계 회전익 시장 구조에 균열을 내는 상징적 첫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리온은 2013년 육군 실전배치 이후 국내에서만 274대 납품이 예정돼 있으며, 초도양산 당시 대당 274억 원이던 단가가 2020년 4차 양산에서는 181억 원으로 낮아지는 등 생산 안정성도 입증했다.

다만 2020~2025년 예방착륙이 26회 기록되는 등 신뢰성 검증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핵심 경쟁력은 확장성에 있다. 수리온 계열은 유무인 복합체계(MUMT) 개념을 적용할 수 있어, 헬기가 드론과 연동해 정찰·표적획득을 수행하고 위험지역 노출을 최소화하는 미래형 교리를 구현할 수 있다.

또한 동일 플랫폼으로 기동형과 무장형(마린온)을 함께 운용하면 조종사 교육·부품 조달·정비 체계를 통합해 장기 운용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방글라데시 입장에서는 단순 기체 교체가 아닌 전력 재편 기회가 되는 셈이다.

가격과 기술의 균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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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온 / 출처 : 연합뉴스

수리온의 시장 포지셔닝은 명확하다. 최대이륙중량 8,600kg으로 UH-1H보다 크고 블랙호크보다 소형이며, 서방 기술 기반이면서도 가격은 러시아제에 준하는 수준이다.

2024년 이라크 수출 당시 특수소방 사양 2대가 1억 달러에 계약됐는데, 이는 대당 약 5,000만 달러(약 700억 원) 수준으로 블랙호크 대비 30~40% 저렴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2018년 필리핀 공군 11대 수출 계약(약 2,500억 원)이 무산된 전력도 있어, 업계에서는 “해외 판매가 쉽지 않다”는 보수적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지정학적 환경은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KF-21 보라매가 2024~2028년 블록1 양산(40대)에 진입하면서 동남아 국가들이 고가의 라팔 대신 대안으로 재평가하는 추세다.

폴란드가 FA-50을 도입하며 한국 무기체계 신뢰도를 확대한 사례도 긍정적 요소다. 수리온과 KF-21을 패키지로 제안할 경우,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와 운용 개념까지 포함한 체계 통합 능력을 입증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 확대의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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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온 / 출처 : 연합뉴스

방글라데시 협상 결과는 한국 항공 방산의 위상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계약이 성사되면 동남아·아프리카·남미 등 러시아 헬기 운용국들에 대체 기종 공급 사례를 확보하는 셈이 된다.

특히 마린온은 상륙기동 헬기지만 국산 대전차 미사일과 20mm 기관포를 통합해 제한적 공격 임무도 수행할 수 있어, 예산이 제한된 국가에 효율적 선택지로 평가된다.

물론 과제도 남아 있다. 2015년 미국 FAA 감항 1차 시험에서 일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이력이 있고, 예방착륙 횟수도 구형 500MD(34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유럽 기종과 정면 승부하려면 운용 데이터 축적과 신뢰성 입증이 병행돼야 한다. 하지만 러시아 공급망 붕괴라는 구조적 변화는 한국에 10년 만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가성비와 신뢰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수리온이 글로벌 회전익 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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