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유조선 호위 약속 미이행
해군 “위험 너무 크다” 사실상 거부
선박 수백척 표류 상태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호위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일 약속한 이 한 마디는 10% 넘게 급등했던 국제유가를 즉각 진정시켰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난 지금,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미 해군은 해운업계의 호위 요청에 “이란의 공격 위험이 너무 크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고, 현재까지 상업용 선박 호위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더 심각한 것은 이 괴리가 우발적 실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댄 케인 합참의장은 대이란 군사작전 개시 전 트럼프 대통령에게 탄약 부족 등을 이유로 작전을 만류했으나, 대통령은 “이란 공격 결정권자는 나”라며 일축했다.
정치적 메시지와 군사적 현실 사이의 간극은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 지금 호르무즈 해협 양 끝에는 수백 척의 선박이 표류 중이며, 대통령의 약속을 믿었던 해운업계와 동맹국들은 혼란에 빠져 있다.
정치적 쇼맨십과 군사작전의 현실

트럼프 대통령의 유조선 호위 발언은 군사작전이라기보다 정치적 쇼맨십에 가깝다. 실제 해군 작전 현장에서는 이란의 대함미사일, 기뢰, 소형 고속정 등 다층적 위협이 존재한다.
CNN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 수십 개의 기뢰를 부설했으며, 보유량 2,000~6,000개 중 추가 배치 가능성도 있다. 이런 환경에서 대형 군함이 저속으로 움직이는 유조선을 호위한다는 것은 자살 행위에 가깝다.
군 수뇌부의 우려는 구체적이다. 기뢰는 탐지가 어렵고, 제거 작업은 시간과 자원을 대량 소모한다.
미 중부사령부는 기뢰 부설 선박 16척을 격침시켰다고 발표했지만(트럼프는 28척이라 주장), 이미 설치된 기뢰를 모두 찾아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케인 합참의장이 사전에 작전을 만류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탄약 부족은 표면적 이유였고, 실제로는 호르무즈라는 좁은 해협에서 이란의 비대칭 전력에 대응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행정부 내부 혼선이 만든 신뢰 위기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의 SNS 해프닝은 이 혼란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지난 10일 그는 “유조선이 미 해군 호위를 받으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고 게시했고, 국제유가는 즉각 20% 가까이 급락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고, 게시글은 곧 삭제됐다.
백악관 대변인은 급히 “현재까지 호위 사실 없다”고 해명했지만, 시장은 이미 요동친 후였다.
이 사건은 두 가지를 증명한다. 첫째, 행정부 내에서조차 현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둘째, 정치적 필요에 따라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는 것.
해운업계는 지난달 28일 작전 개시 직후부터 줄곧 호위를 요청해왔으나, 해군은 일관되게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호위할 것”이라 공언했고, 에너지부 장관은 “호위했다”고 거짓 정보를 유포했다. 이는 정책 혼선을 넘어 정부 신뢰도 자체를 훼손하는 행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