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한 군대를 만들겠다며 칼을 뽑은 지도자가 정작 자기 군대의 심장부를 도려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도한 반부패 수사가 인민해방군(PLA) 최고 지휘부를 초토화하면서, 중국군은 ‘누가 방아쇠를 당길 것인가’라는 치명적 공백에 직면했다.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급을 포함해 30명 이상의 핵심 장성이 뇌물 수수 등 부패 혐의로 조사받거나 해임된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군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이 숙청 피바람은 군 내부에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극단적인 복지부동 문화를 심어놨다.
최고 지휘부를 날려버린 3년의 대숙청
이 전례 없는 군부 마비 사태는 2023년 리상푸 국방부장이 공식 활동을 돌연 중단하면서 막이 올랐다. 같은 해 10월, 신화통신은 리상푸가 ‘심각한 위법 행위’로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임 직무에서 해임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파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중국 핵전력의 핵심 조직인 로켓군(PLARF)의 리궈칭 사령관이 2023년 7월 뇌물 수수 혐의로 해임 및 조사를 받았고, 이어 루광 부사령관, 펑슈룬 부사령관이 연달아 철퇴를 맞았다. 전략지원부대 수뇌부까지 줄줄이 교체되며 핵심 작전 지휘 체계 전체가 뒤흔들렸다.
이는 역사적 선례와 섬뜩하게 겹친다. 스탈린이 1937~1938년 장군급 3만 5,000명 중 40%를 숙청하자 소련군은 독일의 침공 당시 초기에 걷잡을 수 없는 대혼란에 빠졌다. 미국 국방 분석 싱크탱크 RAND와 CSIS는 “중국군, 특히 핵무기 운영을 담당하는 로켓군의 전략적 역량 공백이 가장 위험하다”며 신임 지휘관들의 실전 경험 부족을 심각한 취약점으로 지목하고 있다.
위기에 몰린 독재자, 외부 도발로 시선 돌린다
문제는 중국군의 약화가 곧 한반도의 안정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방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독재 체제가 내부 균열에 직면할 때 외부 적을 만들어 국내 결집을 꾀하는 패턴에 일관되게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대만 해협의 중국군 군사 활동은 2024년 이후 평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고,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해경 활동도 2025년 들어 40%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진핑이 마비된 군 기강을 단숨에 다잡고 흔들리는 지도력을 증명하기 위해 대만 해협이나 남중국해에서 소규모 군사 충돌을 고의로 유발할 가능성이 현실적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 신임 지휘관들의 경험 부족이 오히려 예측 불가능한 우발적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위험 변수다.
한국 수출입 30~40%가 지나는 바닷길, 지금 흔들린다
이 지정학적 긴장이 한국에 직격탄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명확하다. 대만 해협이 한국 전체 물동량의 약 12~15%, 남중국해가 20~25%를 차지해 합산 시 전체 수출입의 32~40%가 이 두 해역을 통과한다. 중국의 국지 도발 하나만으로 반도체 원부자재와 에너지 공급이 차단되고, 해운비 상승과 공급망 붕괴가 연쇄적으로 한국 경제를 강타하게 된다.
결국 시진핑의 숙청이 만들어낸 중국군의 내부 균열은 역설적으로 한국의 해양 안보를 더 예측 불가능한 위험에 노출시킨다. 적의 약점이 오히려 더 위험한 자극제가 될 수 있는 지금, 우리 군의 해상 억지력과 공급망 위기 대응 전략에 대한 냉철한 재점검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